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 그의 인생을 노래한다

입력 2018.09.20 16:38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기간 ‘윤심덕, 사의 찬미’ 공연
-28일과 29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윤심덕과 김우진의 비극적 사랑을 창작오페라로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10만 장의 레코드 발매 등으로 당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신여성이다. 그보다도 오늘날까지 윤심덕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것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배 위에서 연인 김우진과 투신해 서른의 짧은 생을 마감한 사실이다. 김우진은 10대때 결혼해서 아내가 있던 몸.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이들의 사연을 ‘불륜’이다 뭐다 해서 재단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불륜행각‘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결부시켜 동정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윤심덕, 사의 찬미' 공연 포스터.

지난 14일 막을 올린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윤심덕의 사연을 오페라로 만든 작품이 공연된다. ‘윤심덕, 사의 찬미’다. 4편의 메인 오페라 중 하나다. ‘돈 카를로’, ‘유쾌한 미망인, ‘라 트라비아타’ 등 나머지 3편은 오페라사에서 작품성에서나 흥행성에서나 이미 보증 받은 작품들. 그러나 ‘윤심덕, 사의 찬미’는 국내 초연의 창작 오페라이자 아직도 논쟁의 대상인 윤심덕에 관한 작품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오페라를 통해 과연 윤심덕이 재조명될 지도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생전의 윤심덕 모습.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무대에 올려질 ‘윤심덕, 사의 찬미’는 대구지역을 대표하는 예술단체 영남오페라단(단장 김귀자)과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합작 작품. 대한민국 오페라 70주년 및 영남오페라단 창단 34주년을 기념해 초연되는 작품으로서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작곡가 진영민(경북대 교수)이 작곡을 맡았다. 예술감독에 김귀자 단장이, 연출은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가 맡았다. 소프라노 이화영과 조지영이 윤심덕 역에, 테너 김동원과 노성훈이 김우진 역에 각각 캐스팅됐다. 또 바리톤 노운병과 구본광, 메조 소프라노 김정화, 베이스 최득규 등이 각각 출연한다.

'윤심덕, 사의 찬미' 리허설 모습. /영남오페라단 제공

‘윤심덕, 사의 찬미’는 윤심덕의 짧은 일생, 그리고 억압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나라와 예술에 헌신한 그녀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윤심덕의 대표곡 ‘사의 찬미’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큰 줄거리다. 특히 작품 속에서는 당시 대구의 풍경을 비롯한 시대상황이 재현돼 사실적 분위기를 잘 전달한다. 윤심덕은 1921년 7월 김우진을 비롯 작곡가 홍난파와 채동선, 극작가 홍해성 등과 함께 독립운동자금 모금을 위해 대구좌(대구극장)에서 공연했던 사실이 있다.

이 같은 역사적 실화를 모티브로 해서 작품속에서는 대구약령시장, 계산성당 등 대구 근대 모습과 함께 세련미와 모던함을 더한 무대 세트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또 의상, 소품 등 세세한 곳에까지 당시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노력했다. 작품속 음악 역시 우리 문화예술의 자취를 이어가는데 주력했다. 대구 출신 이상화의 시 ‘대구행진곡’, 기우진의 시 ‘불빛’, ‘아버지께’ 등이 음악으로 재탄생한 것.

‘윤심덕, 사의 찬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21년 조선의 최초이자 최고의 소프라노 윤심덕은 일본으로 유학을 간다. 독립운동자금 모금을 위한 순회공연을 하는 동안 일본 동경의 비밀파티장에서 극작가인 김우진과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그후 독립을 위해 헌신할 것을 맹세한 그들은 홍난파, 홍해성, 채동선과 대구에 와 공연을 이어가며 대구사람들의 애국에 대한 열의를 보고 그들의 의지는 더욱 고조된다.

이상화의 ‘대구행진곡’으로 시작된 윤심덕의 공연은 일본 순사의 방해로 중단되고, 계산성당으로 피힌한 윤심덕과 김우진은 신께 자비와 가호를 빈다. 윤심덕은 그녀의 노래에 반한 일본군 대장 타케시에게 잡혀 감금되고 강요와 협박에도 조선만을 위해 노래하고 김우진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한 타케시는 거짓 소문을 내 그녀를 나락에 빠뜨린다. 최고의 스타 윤심덕은 한순간에 세상에 버림받게 된다. 홍난파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어렵게 재회한다.

시모토세키에서 홍난파, 그리고 윤심덕의 동생 윤성덕과 작별 인사를 나눈 윤심덕과 김우진은 일본에서 조선으로 돌아가는 배에서 고통 없는 세상에서 이별 없는 사랑을 맹세하며 바다에 몸을 던진다. 그들을 뒤로 한채 윤심덕이 불렀던 ‘사의 찬미’가 합창단의 노래로 불리워지면서 막이 내린다.

‘윤심덕, 사의 찬미’의 주인공 윤심덕은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최초의 동경음악대학 유학생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신여성이다. 그가 취입했던 ‘사의 찬미’는 루마니아 작곡가 이바노비치의 곡 ‘다뉴브강의 잔물결’을 편곡한 노래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10만 장의 레코드 판매기록을 세울 정도로 히트했다. 그러나 호남 부호의 아들인 극작가 김우진과 사랑에 빠짐으로서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김우진은 당시 그랫듯이 10대때 부모가 정해준 배필과 결혼했다. 그러나 윤심덕과 만나면서 운명적 사랑의 주인공이 됐다. 김우진의 친척이 대구에 거주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영남오페라단 김귀자 단장은 “비련의 주인공인 윤심덕이 항일운동을 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윤심덕이 애국활동을 했던 예술인이자 대구와도 무관치 않은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소재로 해서 인간 윤심덕을 재조명 하는 기회가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구=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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