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은빛 물결치는 팜파스, 보랏빛 자태 자랑하는 맥문동… 초가을 색에 가슴까지 물드네

입력 2018.09.21 03:00

[태안 수목원] 가을 전령을 찾아서

청산수목원 어른 키 넘는 팜파스 群舞
천리포수목원 붉은 자태의 꽃무릇 감상
허브정원 ‘팜카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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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파스축제가 한창인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의 팜파스원. 파란 하늘 아래 은빛 팜파스 물결이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서양 억새라고도 불리는 팜파스는 억새보다 키가 크고 꽃이 탐스럽다./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가을 하면 누군가는 코스모스를, 누군가는 억새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와 억새는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가을의 기억이었다. 어느샌가 가을 하면 팜파스나 핑크뮬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낯선 이름의 외래종 식물이지만 하늘하늘하면서 몽환적인 자태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보란 듯이 자태를 뽐내는 가을의 전령(傳令)을 찾아 충남 태안으로 떠났다. 파란 하늘 아래 은빛 물결 출렁이는 팜파스 사이를 누비고 몽글몽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핑크뮬리도 눈에 담았다. 태안의 수목원 세 곳에서 가을 사이를 걸었다. 신비한 보라색 꽃을 틔운 맥문동과 아찔하게 붉은 꽃무릇까지 숨어 있던 가을의 색들이 발길을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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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천리포수목원에도 가을빛이 한창이다.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심은 오리농장의 피아노 논에선 가을의 멜로디가 들리는 듯하다. ②낭만적인 밤 풍경을 만날 수 있는 태안 빛축제장. ③허브향 가득한 정원 따라 산책하기 좋은 팜카밀레./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네이처월드
바람 따라 춤추는 팜파스 은빛 물결

바람이 불면 은빛 군무(群舞)는 시작된다. 흔들흔들 몸을 흔드는 팜파스가 햇살 따라 더욱 은빛으로 빛난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눈부신 장관에 마음도 절로 춤을 춘다. 팜파스 축제가 열리고 있는 태안군 남면 신장리 청산수목원은 이미 가을이 한창이다.

파란 하늘 아래 어른 키를 훌쩍 넘는 큰 키에 풍성하고 부드러운 꽃이 활짝 핀 팜파스가 줄지어 서 있다. 팜파스가 주로 남미에서 자라는 품종이란 걸 알고 나면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풍경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서양 억새라고도 불리는 팜파스는 남미와 뉴기니, 뉴질랜드 등에 분포하는 코르타에리아속의 볏과 식물. 이름도 남미의 초원 지대를 뜻하는 '팜파스(pampas)'와 풀을 뜻하는 '그라스(grass)'가 합쳐진 것이다. 억새보다 키가 크고 꽃이 탐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몇 년 새 인테리어 소품으로 주목받으며 익숙해진 외래종이지만 탁 트인 야외에서 팜파스가 만개한 풍경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팜파스가 이렇게 키가 크고 꽃이 탐스러운지 처음 알았어요. 외국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멀리 온 보람이 있네요." 경기도 성남에서 온 신우진(43)씨가 웃으며 말했다.

팜파스 사이를 거닐며 이국적이면서도 가을의 짙은 여운을 즐길 수 있는 팜파스축제는 11월 25일까지 계속된다. 팜파스는 줄기와 잎이 날카로워 다치기 쉽다. 직접 만지지 말고 가까이 갈 때도 주의해야 한다.

팜파스가 아니라도 청산수목원엔 즐길 거리가 많다. 동물 농장 앞에는 핑크뮬리가 만개할 준비를 시작했다. 몽글몽글한 자태에 벌써 설렌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매년 연꽃축제가 열리는 습지에선 가을에도 수련을 만날 수 있다. 밀레와 고흐, 모네 등 예술가를 테마로 만든 이색 정원과 홍가시나무로 꾸며진 미로정원, 황금메타세쿼이아길, 동물 농장 등을 유유히 둘러볼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에선 가을을 맞아 신비한 보랏빛 꽃 피운 맥문동을 눈에 담을 수 있다./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파도 소리 들으며 수목원 걸어볼까

태안 하면 해안선 따라 이어지는 넓디넓은 해수욕장과 서해의 장관을 빼놓을 수 없다. 서해 바다를 끼고 있는 소원면 의항리 천리포수목원에선 파도 소리를 들으며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가을이 시작된 천리포수목원에선 보랏빛 꽃을 피운 맥문동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맥문동이라도 다 같지만은 않다. 자세히 보면 꽃과 잎 모양이 다른 여러 종의 맥문동을 볼 수 있어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한다. 붉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석산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다. 꽃무릇이라고도 불리는 석산도 가을의 향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1970년부터 수목원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바닷가 언덕엔 1만6000여 종에 달하는 국내외 다양한 품종의 꽃과 나무가 뿌리내리고 있다. 수목원 곳곳에선 나무로 만든 의자와 고사목 파편이 깔린 산책로 등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만날 수 있다.

해변 따라 조성된 '노을길'은 바다와 수목원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꼭 걸어보길 권한다. 환상적인 일몰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게 산책로를 설계해 누구나 둘러보기 좋다. 충남 당진에서 온 김영수(60)씨는 "파도 소리와 새소리를 같이 들으면서 편하게 걸을 수 있고 서해 바다와 일몰까지 한 번에 볼 수 있어 색다르다"고 말했다.

수목원을 좀 더 즐기려면 '가든 스테이'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천리포수목원 내엔 초가집과 한옥, 양옥 등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있다. 수목원 폐장 이후 외부 조명이 없고 무선인터넷도 터지지 않아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 가족 단위 숙박객이 특히 많은 편이다. 홈페이지에서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가을을 맞아 다음 달 19일부터 11월 6일까지 열매 전시회가 열린다. 생명의 시작인 열매의 가치를 발견하는 전시를 수목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수련과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조성해 이색적인 오리농장의 피아노 논은 빼놓지 말고 둘러봐야 할 장관이다. 인접한 만리포해수욕장에서 태안 바다를 만끽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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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와 일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천리포수목원의 ‘노을길’/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동화 같은 허브 정원의 가을

동화 같은 풍경과 아기자기한 허브 정원을 만날 수 있는 남면 몽산리 팜카밀레도 태안 여행에서 빼놓기 아쉽다.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어린왕자 정원, 로즈 가든, 케이크 가든, 라벤더 가든, 키친 가든 등 다양한 테마로 꾸며진 허브 정원을 천천히 걷다 보면 익숙하면서도 낯선 허브 향에 절로 마음이 편해진다.

가을을 맞아 바람의 언덕엔 퍼플뮬리가 조금씩 꽃봉오리를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핑크뮬리도 섞여 있지만 보랏빛이 은근한 퍼플뮬리가 언덕을 가득 채웠다. 벌써부터 몽환적인 자태로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바람 따라 퍼플뮬리가 춤출 때마다 팽글팽글 돌아가는 철제 바람개비와 풍차가 어우러진 풍경은 색다르면서도 이국적이다.

허브 농원 곳곳에 아기자기한 분수와 벤치 등 사진 찍기 좋은 쉼터가 숨어 있다. 거위가 사는 연못과 토끼, 산양 등이 있는 동물 농장까지 알차게 둘러볼 수 있다. 당근, 건초 등 동물 먹이 주기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매주 토요일 팜카밀레 주차장에선 태안 농부들이 참여하는 '태안농부 힐링마켓'이 열린다. 태안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식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장터로 함께 둘러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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