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과 어머니, 남도의 서정을 담았다

입력 2018.09.20 11:25 | 수정 2018.09.20 11:44

김선태 시인이 일곱번째 시집을 펴냈다. 그는 강진을 사랑하고 목포를 사랑한다. 그는 남도 사람들이 삶을 일궈왔던 바다와 갯벌을 또 사랑한다. 아니, 남도의 모든 것을 사랑할 것이다.
시인 김선태, 일곱번째 시집 ‘햇살택배’
권경안 기자

김선태 시인이 시집을 택배로 보내왔다. ‘햇살택배’(문학수첩 간)라는 그의 일곱번째 시집.

겨우내 춥고 어두웠던 골방 창틈으로 누군가
인기척도 없이 따스한 선물을 밀어 넣고 갔다
햇살 택배다
감사의 마음이 종일토록 분부시다(시 ‘햇살택배’)

누구보다도 ‘남도의 서정(抒情)’을 두레박으로 퍼올려온 김 시인.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여서일까. 이번 시집의 대표시에서 인생을 관조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다사로운 봄날/갯바위에 걸터앉아 있다/바다에 윤슬이 찬란하다/수많은 물고기 떼처럼 뛰놀고 있다/…하루종일 윤슬을 번갈아본다/물고기는 안 물어도 좋다(시 ‘윤슬’,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

달빛의 교교한 선율에 취해 어부사시사를 읊조리며 낚싯대를 드리우지만 여전히 한 마리도 물지 않는다 결국 오늘 밤은 달빛만 낚았다. 아니 달빛에 낚였다(시 ‘달빛에 낚이다’)

나이가 들면, 수구초심(首丘初心)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어머니와 고향을 향한 그의 마음도 깊어진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고향바닷가에서/뼈만 남은 기슭에 기대어 나는 울었다/뭉클한 갯벌을 맨발로 걸으며 나는 울었다/파란과 굴곡의 해안선 내달리며 가슴을 쳤다/돌아올 때 침식이라는 말이 가슴을 쳤다(시 ‘침식’)

팔순할머니는 작심한 듯 곡기를 끊은 채 그믐달처럼 누워계시다/열흘째 되던 날 자식들을 불러 놓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소주 한잔만 따라 다오”/…/“너희들도 한잔씩 따라 마시거라”/우리는 흐느끼며 서로의 술잔을 들이켰다 어머니는 그렇게 목숨을 삼키셨다(시 ‘황홀한 이별주’)

하루에 한 번씩 버스가 지나가는 산골마을이 있었습니다 거기 버스를 보면 전속력으로 달아나는 아이들이 살았습니다/…/세월이 흐른 뒤 아이들은 자동차가 엉덩이를 떠밀어도 뒤도 안 돌아보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저마다 떠나갔습니다 떠나가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폐허의 산골마을엔 허물어진 시간만 남았습니다(시 ‘버스가 쳐들어온다’)

뻥튀기 사내가 죽었네. 집도 절도 없이 평생 뻥튀기만하다 홀아비로 늙은 사내가 죽었네. 젊은 날 떠나온 고향 고갯마루에서 죽을힘을 다해 마지막 뻥뛰기를 하다 그만 뻥, 쓰러졌네. 함박눈이 뻥뛰기처럼 뻥뻥뻥 내리더 어느 겨울이었네.(시 ‘뻥튀기 사내’)

김 시인은 1960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났다.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그는 시집 ‘간이역’ ‘작은 엽서’ ‘동백숲에 길을 묻다’ 등과 평론집 ‘풍경과 성찰의 언어’ ‘진정성의 시학’ 등을 냈다.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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