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다 주나 10% 솎아내나 1600억 든다

입력 2018.09.20 03:01

보건사회연구원 비용 추산 결과
소득 상위 10% 가구 추리려면 공무원 충원 등에 1600억 필요

이달부터 도입되는 아동수당과 관련해 수당 지급 대상을 가려내는 데 올해만 1626억원의 행정비용이 들어가고, 내년부터는 매년 1002억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용이 드는 이유는 전체 국민 중 소득 상위 10%만 추려내고 나머지 90%에게만 아동수당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위 10%를 추려내지 않고, 전 국민에게 아동수당을 줄 때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연평균 1588억원이라는 점이다.

결국 '상위 10%에게 수당을 안 주기 위한 비용'(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계산)과 '국민 모두에게 주는데 추가로 필요한 비용'(국회 예산정책처 계산)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앞의 비용은 공무원 인건비 등 행정비용으로 쓰이고, 뒤의 비용은 국민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점만 다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복지 정책을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공무원 조직만 점점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아동수당 행정비 올해 1600억원

아동수당은 가구 소득 하위 90% 이하의 만 0~5세 아동에게 매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와 여당은 제도 설계 초기부터 모든 대상자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야당 등에선 선별적인 지급을 주장했다. 여야는 소득 상위 10% 가구에는 아동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지난해 타협했다.

하지만 대상자를 가려내는 과정에는 사람 손이 들어간다. 매년 새로 수당을 신청하는 사람들의 소득을 확인하고, 기존에 아동수당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소득 변동도 확인하기 때문이다.

아동수당 소득 상위 10% 제외에 따른 행정 비용

이 과정에 들어가는 돈을 보건사회연구원이 계산해보니, 아동수당을 신청받고 조사하는 인력으로 1116~1392명 정도 추가로 뽑아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 드는 인건비가 최대 744억원이다. 국민 입장에서 나가는 비용도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직장인이 아동수당을 신청하러 주민센터를 오가는 데 드는 시간(1~2시간)을 723억원으로 환산했다. 원래 폐지하려 했던 0~5세 자녀 세액공제를 일부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더했다. 그 결과 '상위 10%를 추려내는 비용이 1626억원'이란 결론이 나왔다.

"비대상자 1명 찾으려고 1만명 조사도"

올해 첫 아동수당 지급에는 전국에서 230만5000여 명이 신청해 그중 6만6403명이 '상위 10%에 들어간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고제이 보건사회연구원 사회재정연구센터장은 "어떤 기초지자체에선 소득 상위 10%에 들어가는 사람 1명을 찾으려고 1만~2만명을 조사하는 곳도 있었을 것"이라며 "선별적으로 수당을 지급한 결과 아끼는 돈에 비해 비용이 너무 커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소득 상위 10%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개인이 정부에 제공해야 하는 개인 정보의 수도 60가지로 너무 많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중에는 주식 보유 현황, 예금·주식 배당액, 거액 보험금 지급 등도 있다. 이 때문에 개인 정보 노출을 꺼린 일부 시민은 신청을 포기했다. 서울 강남구(73.4%), 서초구(73.7%), 용산구(80.6%) 등에서 신청률이 낮았다.

◇왜 이런 사태 생겼나

'전 국민에게 줄 것이냐, 일부에게만 줄 것이냐'는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이미 논란이 됐다. 야당 일부 의원이 "부자에게 줄 필요 있느냐" "아동수당 줄 돈을 일부 아껴서 보육 환경 개선에 쓰자"고 주장했다. "소득 하위 70%에게만 아동수당을 주자"는 대안도 그때 나왔다. 하지만 공방 끝에 결국 상위 10%만 빼는 것으로 여야가 타협했다. 당시 국회 논의에서 빠진 건 상위 10%를 빼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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