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연기 지도한다며 성추행" 징역 6년

조선일보
입력 2018.09.20 03:01

법원 "자신에게 복종해야했던 피해자들 처지 악용해 범행"
'미투 기소' 유명 인사 첫 실형

이윤택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윤택(66·사진)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씨의 성추행 사실은 올 2월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의 폭로로 처음 알려졌으며 문화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 미투 운동을 통해 재판에 넘겨진 유명 인사 중 그에게 처음으로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 운영자였던 이씨는 배우 선정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여성 배우 9명을 2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12월 여배우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고 연기 연습을 시켜 우울증에 시달리게 한 혐의(유사 강간 치상)도 있었다. 그의 성추행은 2010년 이전에도 있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그 부분은 기소하지 않았다.

이씨는 재판에서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했지만 성추행이 아닌 "독특한 연기 지도"라고 주장했다. "호흡법을 알려주기 위해 피해자의 바지에 손을 넣었다"는 식이었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도 "완성도 높은 연극을 만들자고 밀어붙이다 보니 생긴 불찰"이라며 "피해자들이 거부하지 않아 그들의 고통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 30부(재판장 황병헌)는 19일 이씨 혐의 중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하지 않아 증거가 부족한 부분을 뺀 18회 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도 이수하도록 했다. 앞서 검찰은 그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상당한 고통과 심리적 부담을 느낄 피해자들이 실명까지 공개하며 폭로하고 공동 대응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이씨는 연극을 하겠다는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범행했다"고 했다. 연기 지도였다는 이씨 주장에 대해서도 "연기 지도 과정에서 어느 정도 신체 접촉은 용인된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가 수치심·혐오감을 느끼는 부위를 접촉하고, 피해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연기 지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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