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9·19 비핵화 합의보다 진전없는 9·19평양 선언

입력 2018.09.20 13:00 | 수정 2018.09.20 14:3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의 문구가 선언에 담겼다. 평양공동선언이 있었던 이날로부터 정확히 13년전 국제사회에선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해 의미있는 합의가 만들어졌다.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와 북한이 참여한 6자회담을 통해 만들어진 9·19공동성명이다.

이번에 체결한 ‘평양공동선언’(이하 평양선언)과 13년 전의 ‘9·19 공동성명’(이하 공동성명)은 같은 날짜에다 북핵 문제 해결방법을 담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북한은 2005년 6자회담을 거쳐 나온 공동성명에서 모든 핵계획 포기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를 약속했다. 사실상 IAEA의 핵사찰을 수용한 것이다. 공동성명은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폭탄’ 개발 계획을 문제 삼으면서 시작된 제2차 북핵위기를 봉합한 것이다. 따라서 공동성명 안의 ‘북한이 모든 핵계획을 포기한다’는 문구는 플루토늄 폭탄은 물론이고 우라늄 폭탄까지 포함한다.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식의 전제 조건도 없었다.

대신 국제사회의 보상안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당시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은 북한에 에너지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한국은 북한에 200만kw의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다.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약속도 나왔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겠다면서 관계 정상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일본 역시 과거사 청산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해 7월 4일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발사하며 9·19공동성명을 공식적으로 파기했다. 이어 2006년 10월 9일엔 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번에 체결한 평양선언에는 비핵화와 관련해 두 가지 구체적인 합의가 들어가 있다.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 유관국 참관 하 폐기 △상응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추진 의사 확인 등이다. 여기에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의 남북 협력 조항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런 조항은 별 다른 진전이 없는 내용이란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이미 다 나온 얘기를 다시 우려먹은 사기 수준"이란 평가도 있다.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미사일 발사대 폐기는 지난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까지 완료한 상황에서 엔진시험장 폐기는 의미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고정식 미사일 발사대 폐기도 북한이 이동식발사대(TEL)를 터널에 숨겨두고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크게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조치다.

상응조치에 따라 폐기를 추진한다는 영변 핵시설은 1994년 제네바 합의때부터 나왔던 그 시설이다. 매번 가동과 가동중단, 재개를 반복하며 북한이 핵 협상에서 이용하던 곳이다. 이곳은 플루토늄 폭탄 개발을 위한 시설이다. 우라늄 폭탄은 다른 곳에서 은밀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평양선언에선 우라늄 폭탄과 관련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다.

게다가 영변 핵시설 폐기에는 상응 조치라는 단서까지 붙었다. 13년전 공동성명이 북핵과 관련해선 지금의 평양선언보다 더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올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대북관련 전문가는 "이번 선언은 비핵화에선 별다른 진전이 없는데 진전 있는 것 처럼 보이려는 조삼모사, 양두구육"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육성을 통해 ‘핵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이 나온 만큼, 합의의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6자회담 참가 6개국 대표들이 2005년 9월 19일 공동성명 채택 후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차관./연합뉴스
<다음은 2005년 9.19 공동성명 전문>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 (2005.9.19, 베이징)

제4차 6자회담이 베이징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일본, 대한민국, 러시아연방, 미합중국이 참석한 가운데 2005년 7월 26일부터 8월 7일까지 그리고 9월 13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되었다.

우다웨이 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 부부장, 김계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부상, 사사에 켄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송민순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차관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 그리고 크리스토퍼 힐 미합중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각 대표단의 수석대표로 동 회담에 참석하였다.

우다웨이 부부장은 동 회담의 의장을 맡았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반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의를 위해, 6자는 상호 존중과 평등의 정신하에, 지난 3회에 걸친 회담에서 이루어진 공동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실질적인 회담을 가졌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6자는 6자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임을 만장일치로 재확인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하였다.

미합중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대한민국은 자국 영토 내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1992년도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남.북 공동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접수 또는 배비(配備)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1992년도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남.북 공동선언」은 준수, 이행되어야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타 당사국들은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하였고, 적절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경수로 제공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데 동의하였다.

2. 6자는 상호 관계에 있어 국제연합헌장의 목적과 원칙 및 국제관계에서 인정된 규범을 준수할 것을 약속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일본은 평양선언에 따라, 불행했던 과거와 현안사항의 해결을 기초로 하여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다.

3. 6자는 에너지, 교역 및 투자 분야에서의 경제협력을 양자 및 다자적으로 증진시킬 것을 약속하였다.

중화인민공화국, 일본, 대한민국, 러시아연방 및 미합중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해 에너지 지원을 제공할 용의를 표명하였다.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2백만 킬로와트의 전력공급에 관한 2005.7.12자 제안을 재확인하였다.

4. 6자는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공약하였다.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

6자는 동북아시아에서의 안보협력 증진을 위한 방안과 수단을 모색하기로 합의하였다.

5. 6자는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하여 단계적 방식으로 상기 합의의 이행을 위해 상호조율된 조치를 취할 것을 합의하였다.

6. 6자는 제5차 6자회담을 11월초 북경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 일자에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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