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듣지 못한 김정은의 비핵화 육성… 이번엔 들을 수 있을까

조선일보
  • 정우상 기자
    입력 2018.09.18 03:01

    [평양 정상회담]
    核리스트 제출 같은 실질적 비핵화 약속 여부에 회담 성패 달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과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판문점 회담 때 '판문점 선언'이라는 문서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미국은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 비핵화 프로세스를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이번 평양 정상회담의 성패는 김정은이 핵무기·시설 리스트 제출 같은 실질적 내용이 담긴 비핵화 합의문에 서명하거나, 적어도 육성(肉聲)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히는 데 달렸다는 평가다.

    ◇비핵화가 주요 의제

    문 대통령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비핵화를 제시했다. 하지만 미·북 대화 촉진 및 중재, 구체적으로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중재자'로 우리 정부의 역할을 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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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참모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김정은 위원장과 흉금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이번 회담의 목표”라고 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를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우리가 주도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북에 대한) 비핵화 조치 요구와 북측의 적대 관계 청산과 안전 보장을 위한 상응 조치(종전 선언) 요구 사이에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이 다시 마주 앉는다면 비핵화 문제가 빠른 속도로 진척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북·미 간 대화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불신을 털어내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임종석 실장도 언론 브리핑에서 "북·미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임 실장은 남북 관계 개선이나 군사 대결 종식 같은 다른 의제에 비해 비핵화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췄다. 임 실장은 "구체적 진전에 대한 합의가 나올지 모든 것이 블랭크(빈칸)다. 비핵화라는 무거운 의제가 정상회담을 누르고 있다"며 "이번 회담에 대해 어떤 낙관적 전망도 하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라고 했다.

    ◇"진전된 합의나 김정은 肉聲 끌어내야"

    문 대통령은 4월 판문점회담 때처럼 이번에도 비핵화와 관련된 문구를 합의서에 포함시키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이번 평양 회담에서 김정은에게 "핵 리스트 제출 같은 실질적 조치를 하면 미국에 종전 선언을 설득하겠다"는 미·북의 '동시 조치'를 중재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북한이 '미래 핵'뿐 아니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핵 물질, 핵 시설, 핵 프로그램 같은 것을 폐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었다.

    문제는 김정은이 최소 두 번의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안에 어느 정도 수용 의사를 밝혔더라도 그와 같은 내용이 남북 합의문에 어떤 수준에서 명문화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4월처럼 판문점 선언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밝히는 수준에 그친다면 이후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동력이 확보되긴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이번에 진전된 합의문이 나오거나 적어도 남북 정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육성을 끌어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해 평양에서 직접 언급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평가받을 수 있다.

    한편, 청와대는 군사 분야 합의에 대해선 낙관적 전망을 했다. 임 실장은 "(군사 합의) 자체로 종전 선언, 평화 협정과 연결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종전 선언, 평화 협정을 촉진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비무장지대(DMZ) GP(감시초소) 시범 철수, DMZ 공동 유해 발굴,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DMZ 비행금지구역 확장 등이 합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및 고향 방문, 생사 확인을 위한 구체적 합의도 나올 전망이다. 임 실장은 "이산가족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방안도 별도로 논의할 계획이다.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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