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디자인으로 돌아온 '아나바다'

조선일보
  • 김상윤 기자
    입력 2018.09.18 03:01

    문승지 '쓰고 쓰고 쓰고 쓰자'展

    전시 첫머리에 일란성 네쌍둥이 의자가 있다. 합판 하나로 똑같이 생긴 의자 네 개를 만들었다. 이름은 '이코노미컬 체어(economical chair)'인데, 앉기에 편하고 보관할 때 겹쳐 쌓을 수 있어 더 경제적이고 실용적이라는 뜻이다. 이들의 특징은 버리는 합판 조각이 전혀 없도록 디자인됐다는 것이다.

    직사각형 합판을 버리는 조각 없이 남김없이 써서 만든 의자‘이코노미컬 체어’.
    직사각형 합판을 버리는 조각 없이 남김없이 써서 만든 의자‘이코노미컬 체어’. /문승지 제공
    서울 장충동 '파라다이스 집'에서 열리는 이 전시의 이름은 '쓰고 쓰고 쓰고 쓰자'다.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 운동'을 오마주한 프로젝트로, 이름도 거기서 따왔다. 최근 디자인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디자이너 문승지(27)의 첫 개인전이다. 문씨는 "20년 전의 아나바다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운동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선 아나바다를 환경 운동으로 해석했다"고 했다. 그는 1997년 IMF 외환 위기 때 여섯 살이었다. "아직도 아나바다 운동에 대한 기억이 또렷해요. 재활용 대란이 일어나고 환경 문제가 떠오르는 요즘, 아나바다 정신에 다시 주목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전시장은 아나바다 순서 네 부분으로 이어진다. 이를테면 앞서 설명한 의자들이 '아껴 쓰고'에 해당한다. 전시품 중엔 낡은 의자나 소파 가죽을 투명한 우레탄 소재로 교체한 것도 있다. 가죽 속에 숨겨져 있던 알록달록 스펀지가 그대로 드러나 그 자체로 장식이 된다.

    그가 음료 캔을 직접 주워다가 녹이고 굳혀 만들었다는 알루미늄 의자 옆에는 '500' '320' 등 숫자가 적혀 있다. 의자를 만드는 데 들어간 캔 개수다. 마지막에는 이면지로 만든 화분 수십 개에 꽃이 꽂혀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 컵에 이면지 수십 장을 욱여넣고 풀을 부어 굳힌 화분이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 관람료 무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