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의 저 파란 구슬에 당신을 비춰보시라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8.09.18 03:01

    세계서 제일 비싼 작가 제프 쿤스 '영악한 비즈니스맨' 비난에도 꿋꿋

    '키치의 왕'일까, '영악한 비즈니스맨'일까.

    17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현대미술 전시 공간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개관 행사에서 만난 제프 쿤스(63)는 데이비드 어거스트(고급 맞춤 정장 브랜드)의 회색 정장을 입은 채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그는 이날 만난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사인을 해주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이런 대중 친화적인 태도 때문에 그는 미술계의 '수퍼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왜 대중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대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예술의 첫 단계는 나 자신이 누군지 받아들이고, 자신의 잠재력이 뭔지 깨닫는 것, 그다음 단계가 바로 남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모든 개인에게 잠재력이 있는데 두 요소가 합쳐지면 그게 더 커지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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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의‘아트 스페이스’에 전시된‘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앞에 선 제프 쿤스(왼쪽)와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 쿤스는“다른 사람들과 작품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작품의 완성”이라고 했다. 최 이사장은“작가와 대중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 뿌듯하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아트 스페이스 입구에는 그가 만든 3.26m짜리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가 설치돼 있다. 그는 2011년 신세계백화점 본점 옥상 트리니티가든에 자신의 300억원짜리 '세이크리드 하트'를 설치했을 때도 한국을 찾았다. 쿤스는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와 더불어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작가로 꼽힌다. 2013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그의 대표작 '풍선개'가 5800만달러에 낙찰되면서 생존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는 관람객을 중시하는 쿤스의 태도를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3세기 아테네 출신 조각가 그리콘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대리석상을 석고로 모방했고, 오른쪽 어깨 위에 파란색 유리공을 얹었다. 거울 표면을 가진 유리공은 관람객과 그 주변을 그대로 비춘다. 작품 안에 관람객과 관람 공간이 모두 담기는 셈이다.

    이날 인터뷰에선 '축복' '관용' 같은 단어들이 자주 나왔다. 그를 초청한 최윤정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이사장은 "예술가라기보다 수퍼스타에 가까운 이미지를 갖고 있어 멀게 느껴졌는데 실제 만나보니 굉장히 따뜻하고 소박하다. 가족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곱 살 때 필라델피아에 사는 이모가 시청에 데려갔어요. 그 시청에는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의 할아버지가 만든 75피트(약 22.86m)짜리 커다란 조각상이 있었습니다. 그 커다란 조각상 발치를 걸어다니면 우주 한가운데를 여행하는 것 같았고, 거기서 필라델피아 시내를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예술은 우리에게 그런 초월적 경험을 제공하고, 성장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최 이사장은 "쿤스는 아트테인먼트(아트+엔터테인먼트)의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데 주저할 게 없었다"고 했다. 그를 통해 대중이 미술을 즐긴다면, 더 큰 미덕이라는 것이다. 사실, 쿤스를 비난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를 '영악한 비즈니스맨'이라 표현하는 이도 있다. 쿤스는 실제로 월스트리트에서 주식 중개인으로 일한 적도 있다. 원래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뉴욕현대미술관(MoMA) 회원권을 파는 게 첫 직업이었는데 실적이 너무 좋아 금융 회사에서 그를 데려간 것이었다. 쿤스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 일을 하게 됐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 깨달은 것은 내가 미술을 얼마나 사랑하며, 미술이 얼마나 순수한지였다"고 했다. 아트 스페이스에 전시된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 가격을 묻자, 그는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 작품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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