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 손발 묶는 구시대적 규제 언제까지…

조선일보
  • 이희숙 변호사
    입력 2018.09.18 03:01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지난해 한 비영리단체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기부금 대상 민간단체 지정에서 배제됐다는 내용이었다. 기부금 대상 단체로 지정되지 못할 경우 기부자들에게 연말 기부금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못한다. 이뿐 아니라 받은 기부금에 대해 증여세까지 내야 한다. 단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치명적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배제 사유는 국제모금단체의 아동 지원 사업에 협력 파트너로 선정돼 사업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소득세법상 법인이 아닌 비영리 민간단체가 기부금 대상 단체가 되려면 개인 후원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수입의 50%를 초과해야 한다. 이 단체는 해당 사업을 수행하면서 1억원가량의 사업비를 받았는데, 대부분 지원 대상 가정에 전달했다. 또 집행하지 못한 나머지 금액은 국제모금단체에 다시 돌려줬다. 하지만 사업비 전체가 수입으로 산정되면서 그해 개인 후원금 비율이 50% 이하로 내려갔고, 결국 기부금 대상 단체에서 배제된 것이다.

    단체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월 이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이뤄졌다. 원고는 위탁 사업에서 받은 사업비는 정한 목적에 따라 집행해야 하는 부채의 성격이므로 개인 후원금 비율을 결정하는 전체 수입에 포함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해당 사업비를 개인으로부터 받은 기부금과 달리 평가할 이유가 없으며, 특정 모금 단체로부터 받는 사업 비용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으면 취지에 반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패소 판결을 했다.

    대형 모금 단체로부터 사업비를 받을 때, 운영 단체는 상당한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요구하는 증빙도 너무 많고, 운영비를 따로 받더라도 실비에 못 미치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수혜 대상자들을 생각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도 지급된 사업비는 모두 소외 계층 아동 가정에 전달됐다. 사업비가 어느 대목에서 단체의 독립성과 자립성을 해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형 모금 단체들이 각 영역과 지역의 수요를 모두 발굴하기는 쉽지 않다. 해당 영역의 전문성이나 지역 기반을 가진 현장의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하는 구조가 훨씬 효율적이다. 이와 같은 현실적 필요와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비영리 민간단체는 개인 후원금에 의존해야 한다는 구시대의 법령에 언제까지 갇혀 있어야 하는가. 또 왜 법원은 실체적 정의에 입각한 적극적인 법 해석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가.

    비영리 민간단체가 지정기부금 세제 혜택을 받는 과정에서 공익성 검증과 관련한 요건들은 충분히 많다. 여기에 개인 후원금 비율까지 더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해당 요건을 꼭 유지해야 한다면, 적어도 기준이 되는 수입의 범위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보조금 수입은 제외하는 것처럼, 비영리법인으로부터 받는 사업비는 제외하는 것으로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기부 활성화, 공익 활동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에 대한 개정으로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공동 기획|조선일보 더나은미래·재단법인 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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