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퇴짜맞는 차이나머니 '기업 사냥'

입력 2018.09.15 03:00

안보 이유로 빗장 건 美방식 번져… 獨·英·佛 등 기업 인수 잇단 불허

중국 원자력 설비업체인 옌타이 타이하이는 독일 부품 소재 업체 라이펠트 메탈 스피닝 인수를 추진해왔다. 이 인수 제안을 검토한 독일 정부는 지난달 '안보상의 이유'로 불허 판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캐나다 정부가 현지 건설사 에이컨(Aecon)을 인수하려던 중국 국영기업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CCCC)에 퇴짜를 놓았다. 역시 안보상의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信)은 "독일이 외국 자본을 거부한 것은 처음"이라며 "독일 선례가 유럽 각국에 전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사회에서 전례 없는 강도로 '중국 자본 퇴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안보를 이유로 차이나머니의 자국 기업 사냥에 빗장을 닫아걸고 나선 미국의 방식이 독일·프랑스·영국·EU·호주·일본·캐나다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이 흐름은 이제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로 굳어지고 있다"며 "중국 자본으로선 '기회의 창'이 급속히 닫히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자본의 기업 사냥이 곳곳에서 무산되면서 2016년 1961억5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중국 자본의 대외 직접투자도 지난해 1246억달러로 급감했다. 2002년 이후 15년 만의 첫 감소세였다.

미국 로펌 데커트(Dechert)의 제러미 주커 국제무역부문 공동대표는 "유례없는 강도의 대중(對中) 경계감을 촉발한 핵심은 제조업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중국제조2025'였다"며 "중국의 선언은 서구 국가들엔 경제전쟁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 같은 두려움을 더 증폭시킨 것은 "중국이 선진 기업 인수를 통해 기반기술을 빼돌리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비판과 경고였다.

올 들어 미국이 좌절시킨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 시도 규모는 수천억달러에 이른다. 중국 하이난항공(HNA) 그룹의 헤지펀드 스카이브리지 캐피털 인수, 중국 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엑세라(Xcerra) 인수, 1170억달러 규모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건 등이 모두 국가 안보를 우려한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는 작년 동기보다 무려 90% 넘게 줄어든 18억달러에 그쳤다. 7년 만의 최저치였다. 미국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더 한층 강화, 중국 자본은 더욱 설 자리가 좁아질 전망이다.

중국 자본의 투자에 가장 관대했던 독일과 영국도 올해 미국의 CFIUS와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6년 독일의 대표적 로봇 메이커 쿠카를 중국에 넘겨준 뒤 땅을 쳤던 독일 정부는 기간산업 분야 인수·합병의 경우 정부가 제동을 걸 수 있도록 법망을 강화했다. 영국도 지난 7월 '국가 안보 및 투자 백서' 발표를 계기로 안보와 관련된 분야에서 해외 기업의 자국 기업 인수를 정부가 불허할 수 있는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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