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가 일흔 살에 쓴 '느린 사랑' 이야기

조선일보
  • 백수진 기자
    입력 2018.09.15 03:00

    아날로그

    아날로그

    기타노 다케시 소설 | 이영미 옮김 | 레드스톤
    184쪽 | 1만3800원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가 일흔에 쓴 연애소설이다. '하나비'나 '소나티네'처럼 폭력적이고 선혈이 낭자한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 쓴 로맨스 소설로 화제를 모았다.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기타노는 "기회가 왔는데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주인공 사토루는 스마트폰을 싫어하고 가능한 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살고 싶어 하는 30대 직장인이다. 도쿄의 건축디자인 사무소를 다니는 그는 3D 도면 대신 마분지와 물감으로 집 모형을 만들어 동료들의 눈총을 받는다. 어느 날 사토루는 퇴근길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미유키와 사랑에 빠진다. 사랑도 역시 아날로그 방식. 둘은 서로 전화번호나 메일을 알려주지 않고 매주 목요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못 오더라도 미리 연락하지 않고 '상황이 있겠거니' 하고 넘어갈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음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게 될 테니까.'

    미유키를 만나기로 한 목요일마다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져 긴장감을 준다. 목요일 저녁을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진지하면서도 우스꽝스럽게 그려낸다. 훼방인지 응원인지 헷갈리는 친구들의 오지랖도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캐릭터마다 사연을 부여하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스토리를 노련하게 이끌어가는 방식이 거장 영화감독답다. 느릿느릿한 주인공의 연애를 보며 한참 낄낄대고 나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로 둘러싸인 요즘의 인간관계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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