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벽돌책] 전방위 지식인의 '知的 수다'

조선일보
  • 장강명 소설가
    입력 2018.09.15 03:00

    '촘스키, 사상의 향연'

    장강명 소설가
    장강명 소설가
    방송이나 신문에서 이른바 '온갖 문제 전문가'들을 본다. 어제는 정치·사회를 논하고 오늘은 대중문화를 이야기하고 내일은 과학기술을 경고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도 그중 하나다.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싶어 부끄럽기도 하고 알량한 밑천이 드러날까 두렵기도 하다.

    다만 내 자격 여부와는 별도로 통찰력 있게 사회를 비판하고 위험을 경고하는 전방위 지식인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져 가는데 특정 분야 전문가들의 손에만 맡기기에는 영향력이 막대한 사안이 너무나 많다.

    우리 시대에 그런 비판적 지성의 이상형을 찾는다면 아마 노엄 촘스키 아닐까. 936쪽짜리 책 '촘스키, 사상의 향연'은 촘스키가 그렇게 온갖 문제 전문가로 나서 발언한 강연 원고와 인터뷰, 에세이 모음집이다. 베트남전에서부터 대학 개혁, 지식인의 역할, 과학, 국제질서, 포스트모더니즘, 페미니즘, 문법 교육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촘스키, 사상의 향연'

    촘스키가 강연과 인터뷰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를 한 줄로 요약하라면 '현대사회가 언론, 교육, 마케팅과 같은 도구를 활용해 어떻게 시민을 세뇌하는가'다. 물론 그것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이야기이지만, 내게 더 재미있었던 부분은 '지적인 수다'에 해당하는 곁가지들이었다. 자유의지 논쟁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다고 추측하거나 전공인 언어학이 글쓰기 프로그램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거라며 쓴웃음을 짓는 등의.

    행동하는 양심으로 불리는 그이지만 정작 급진적 행동주의자들에 대해서는 '지적 성실성이 모자란다'고 일침을 놓는다. 사회과학 종사자에 대해서는 '과학적 개념이 흐릿하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엉뚱한 해석에 황당해하는 솔직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일반인을 향한 글이므로 책 두께가 무색하게 술술 읽힌다.

    책을 펴낸 시대의창 출판사는 촘스키 때문에 정체성이 바뀐 사연이 있다. 원래 경영서, 자기계발서를 주로 내다가 2002년 발간한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가 40만 부 가까이 팔리면서 사회과학 출판사로 변신한 것. 국내 출판사 중 촘스키의 저작을 가장 많이 펴낸 곳이기도 하다. 개정판과 세트를 제외하고 모두 17종을 냈는데, 그중 가장 두꺼운 단행본이 바로 '촘스키, 사상의 향연'이다. 이 책은 2007년 출간 이후 꾸준히 팔리며 지금까지 6쇄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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