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그림책으로 보는 지젤의 핏빛 사랑

조선일보
  • 김경은 기자
    입력 2018.09.15 03:00

    지젤
    지젤

    샤를로트 가스토 지음ㅣ최정수 옮김ㅣ보림
    44쪽ㅣ3만5000원


    손안에 작은 극장이 펼쳐진다. 1841년 안무가 쥘 페로와 무용가 장 코랄리가 손잡고 파리에서 처음 선보인 발레, 전 세계 어디서나 '아름다운 발레' 하면 늘 첫손에 꼽는 낭만 발레 '지젤'이 그림책으로 나왔다.

    아름답고 우아한 지젤은 춤추는 걸 좋아한 시골 처녀. 잘생긴 마을 청년 로이스와 사랑하지만, 그의 원래 신분은 왕자 알브레히트이고 이웃 나라 공주와 결혼하기로 돼 있다는 사실에 절망해 춤을 추다 심장이 멈춰버린다.

    책 속 일러스트
    /보림
    숲 속 빈터에 묻힌 지젤은 이제 '윌리'가 되어 달빛 아래에서 춤을 춘다. 슬라브 전설에 나오는 윌리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지 못하고 죽은 처녀의 유령. 밤이 되면 무덤에서 나와 춤을 추다가 젊은 남자들을 유혹해 죽음으로 이끄는 무서운 존재다. 윌리들의 여왕 미르타는 후회와 슬픔에 사로잡혀 제정신이 아닌 알브레히트를 새로운 먹잇감으로 보고 그의 주위를 맴돈다. 지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금박을 입힌 제목과 화려한 표지가 지젤의 뜨거운 사랑을 대변한다. 밀랍인형처럼 창백한 얼굴에 하얀 예복을 입고 젊은 남자들 주위를 맴도는 윌리들의 모습은 반투명 기름종이를 덧대 섬뜩할 만큼 아름답다. 청록빛으로 무겁게 채색한 그림은 지젤의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는 상징. 알브레히트를 죽이려고 서서히 다가가는 윌리들 틈에서 그를 살리려 고군분투하는 지젤의 숨 막히는 대결이 핏빛 꽃으로 그려져 처연하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발레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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