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스터 투 미니츠'

입력 2018.09.15 03:14

이하원 도쿄 특파원
이하원 도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폭로가 세계를 놀라게 하는 요즘, 두 개의 흥미로운 분석이 떠오른다. 이달 초 만난 일본의 한 연구소 간부 A씨는 "트럼프가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눈다"고 했다. 가족과 하인 그리고 적(敵)이다. 가족이 아닌 사람은 자신이 종처럼 부리거나 꺾어야 할 상대라고 한다. 이 분류법을 적용하니 트럼프가 왜 사위와 딸을 동원해 중책을 맡기는지 이해됐다.

트럼프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을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다. TV '리얼리티 쇼'를 진행할 때처럼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해고 가능하다고 본다. 국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 연방수사국장, 백악관의 비서실장, 공보국장, 대변인, 보좌관이 줄줄이 교체된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의 이 같은 사람 구분은 국가 간에도 적용된다. 다른 나라에 대해 무조건 무릎 꿇으라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터키처럼 무자비하게 보복받기 십상이다.

외교·안보 전문가 B씨는 미국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진단을 전했다. 워싱턴 D.C 일각에서 트럼프를 '미스터 투 미니츠(Mr. Two Minutes·2분)로 부른다고 했다. 트럼프가 2분 전에 자신이 한 얘기와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2분 전 자신의 언행(言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언제든 유리한 방향으로 말을 바꾸고 일관성 없이 행동하기에 붙여진 별명이라는 것이다.

미 국가경제위원장이 트럼프가 한국에 보내려던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서한을 대통령 책상에서 훔쳐 없애버린 사실이 최근 발간된 책 '공포(Fear)'에서 폭로됐다. 미 국가경제위원장은 트럼프가 자신의 언행을 잘 기억하지 않는, 이른바 '미스터 투 미니츠'임을 알고 이런 대담한 행동을 한 게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는 이게 논란이 되자 "무역협정과 관련된 가짜 이야기를 읽었다"고 반박했다.

일관성 없는 '트럼프 리스크'를 피해 가는 게 세계 각국 외교가의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트럼프와의 긴밀한 관계를 자신의 지지율 방어에 활용해왔다. 하지만 얼마 전 트럼프가 아베에게 했다는 '진주만을 잊지 않고 있다'는 발언이 흘러나온 데 이어 최근 트럼프가 다음 무역 전쟁 상대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 전해지자 아베 내각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예측 불허의 트럼프에 대한 대비가 더 시급한 나라가 일본보다 한국일지 모른다. 트럼프는 6·12 미·북 정상회담 후,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고 싶다는 말을 세 차례나 했다. 북한 비핵화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남북한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 아베 총리는 그래도 트럼프와 '퍼스트 네임'을 부르는 사이인데 우리는 그렇지도 않다.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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