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정치 권력의 인간 改造 시도는 반드시 실패

조선일보
  • 강천석 논설고문
    입력 2018.09.15 03:17

    경제 活力·국민 정신·지도자 리더십 모두 흔들려…
    경제 추락하면 한국 대통령 환영할 나라 없어져

    강천석 논설고문
    강천석 논설고문

    문재인 정부가 엊그제 8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들어선 지 16개월 된 정권에서 8번째 대책이라니, 정상은 아니다. 집권 5년 동안 17번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노무현 정권의 기록을 깨뜨리는 건 시간문제일 듯하다. 몇 번을 왔다 갔다 한 입시 정책, 싼 원전(原電) 문 닫고 걸핏하면 고장인 태양광·풍력 발전에 올인하는 전력 정책의 복사판이다. 정권의 철학, 그에 따른 정책 설계와 시공(施工)에 중대 결함이 있음이 분명하다.

    유럽 고산(高山) 지대나 북아프리카 사막 언저리 목축민(牧畜民) 생활을 찍은 필름을 볼 때마다 궁금하다. 목동(牧童) 한 사람, 몰이 개 두어 마리로 수백 마리 소 떼와 양 떼를 이끌고 이동하는 것이 신기했다. 이치는 간단했다. 맛있는 풀, 깨끗한 물을 좇아 움직이는 것이 소와 양의 본성(本性)이다. 이 본성이 이끄는 대로 놓아두고 무리에서 멀리 벗어나는 것만 막아주면 되니 일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본성과 반대 방향으로 몰아가려면 목동 열 명과 몰이 개 열 마리로도 힘이 부친다. 아마 국세청·검찰·경찰·공정거래위원회까지 출동해야 할지 모른다.

    권력 쥔 사람들은 권력으로 인간을 개조(改造) 할 수 있다고 믿기 쉽다. 악성(惡性)은 이 잘못된 믿음을 사명감으로 밀어붙이는 정치인이다. 실제 초기 공산주의자들은 '인간성을 개조하는 조각가'로 자처하기도 했다. 레닌은 현대 공산주의의 설계와 시공을 주도한 인물이다. '레닌 평전(評傳)'에 나오는 한 토막이다. "레닌은 조각가다. 다른 조각가는 대리석이나 철을 갖고 작업하지만 그는 인간성을 소재로 쓴다. 그러나 인간성은 대리석보다 단단하고 망치로 두드린다 해서 철처럼 펴지지도 않는다. 레닌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조각가였다." 공산주의는 망했지만 권력으로 인간성을 개조할 수 있다고 믿는 좌파의 적폐(積弊)는 면면히 이어져 왔다.

    나라의 기운을 좌우하는 요소로 세 가지를 든다. 첫째 경제 활력(活力)이다. 둘째 유능한 리더십이다. 셋째론 국민의 판단력과 기백(氣魄)을 꼽는다. 이 삼박자가 어우러진 나라는 이웃 강대국들도 함부로 대하거나 쉽게 넘보지 못한다. 케케묵은 동양철학 강의처럼 들리지만 한창 이름을 날리는 미국 하버드대 현역 교수의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담긴 내용이다. 나라의 성쇠(盛衰)를 결정짓는 원리는 예나 이제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를 게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잣대로 오늘의 한국을 재면 어찌 되겠는가. 경제는 활력이 넘치는가. 진념·이헌재·윤증현씨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길을 잡는 소방수 역할도 맡았다. 그들의 대답은 '이게 위기가 아니면 뭐가 위기겠는가'(진념) '갈 데까지 가다 실업(失業) 대란의 형태로 터질 것'(이헌재) '이대로 가면 나라가 무너진다'(윤증현)였다. 박승·김광두씨는 현 정권의 경제 공약을 만든 책임자들이다. 그들 역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방향과 속도에 문제가 있다'(김광두) '최저임금 인상폭이 지나쳤고 반(反)대기업 태도와 정책은 잘못'(박승)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판단력과 기개(氣槪)는 살아있을까. 군(軍) 복무 기간은 짧을수록 좋고 휴일은 많을수록 좋다고 한다. 공무원이 되겠다고 늘어선 젊은이들의 줄이 한국보다 긴 OECD 국가는 없다. 정부 정책은 자립(自立)하는 정신을 북돋기보다 손 내미는 습관을 심어주는 쪽으로 흘러간다. 정부는 국민을 망가뜨리는 조각가다.

    그럼 리더십은 어떤가. 대통령 마차는 동(東)으로 가겠다는 정책실장과 서(西)로 가겠다는 경제부총리가 끌고 있다. 부총리의 진짜 배역(配役)은 문제점을 시인하는 듯하다가 원래대로 뒤쫓아가는 역할 같기도 하다. 그 마차 위에서 대통령은 '정부 정책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경제가 국방인 나라다. 경제가 받쳐주지 않으면 안보를 지탱할 수 없다. 경제는 외교이기도 하다. 상대 국가 경제가 한국 경제 실력에 기대는 정도가 클수록 한국을 존중한다. 촛불로 정권을 바꾼 나라 대통령이라고 한국 대통령을 환대(歡待)하는 나라는 없다. 경제가 기울면 대통령 특사(特使)가 타국에 가서 '혼밥'먹는 민망한 장면이 되풀이된다. 경제는 국민의 자존심이다. 한국 국민의 자부심(自負心)은 어둔 밤 외국 대도시 빌딩 위에서 번득이는 '삼성''현대차''LG''SK'의 형광 입간판(立看板)과 함께 키가 자랐다. 대통령 지지도 하락(下落)은 위기가 아니다. 추락(墜落)하는 경제가 진짜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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