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86] No man is an island

조선일보
  • 이미도 외화 번역가
    입력 2018.09.15 03:13

    '슬픔은 바다와 같아서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거세다. 슬픔을 이기는 길은 헤엄치는 법을 배우는 것뿐이다(Grief is like the ocean. Sometimes the water is calm, and sometimes it is overwhelming. All we can do is learn to swim).'

    이 은유를 영상으로 그린 시(詩)가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사진)'입니다. 잡역부 리는 세상과 담쌓고 보스턴 단칸방에서 홀로 삽니다. 영화는 그가 형의 부음(訃音)을 듣고 고향에 돌아오는 장면으로 막을 엽니다.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형의 유언을 읽던 리는 '아들을 맡긴다'는 대목에서 숨이 막힙니다. 수년 전 실수로 사고를 내 세 아이를 먼저 하늘에 보냈고 아내와도 헤어진 자기에게, 천근만근의 슬픔에 짓눌려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 은둔하는 자기에게 형이 왜 조카의 후견(後見)을 맡겼는지 모르겠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그 이유를 찾아가는 리의 여정을 뒤따르는 동안 떨어져 있기에 외로운 섬들을 자주 보여줍니다. 엄마와 헤어져 혼자 사는 조카가 안쓰럽지만 리는 악몽의 진앙(震央)인 고향에선 조카를 돌봐줄 수 없다고 고백합니다. 결국 리는 고향 친구에게 조카의 입양을 부탁하려 하는데….

    이런 글이 있습니다. '슬픔은 사랑의 끈을 놓기 싫어하는 감정이다(Grief is love's unwillingness to let go).' 자식 잃은 슬픔과 가족 없는 외로움의 심연(深淵)에서 리가 위태롭게 붙잡고 있던 사랑의 끈은 조카와의 유대가 깊어지면서 차츰 강해집니다.

    '어떤 사람도 섬은 아니다(No man is an island).' 이 진리가 형이 아들을 맡긴 이유라고 믿게 된 걸까요, 고향을 떠날 때 리가 입을 엽니다. "돌아가면 방 두 개짜리 집을 구할까 해." "왜?" 조카가 묻습니다. "너 가끔 오라고(So you can come visit sometimes)." 헤엄치는 법을 터득한 리의 대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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