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찬주 전 대장에 대한 法의 갑질

조선일보
입력 2018.09.15 03:19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가 엉뚱하게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군 검찰은 당초 박 전 대장에 대해 공관병에게 골프공 줍기, 아들 빨래 시키기 등 잡일을 시켰다는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다가 여의치 않자 방향을 돌려 작년 9월 고철업자에게서 3년간 20여 차례 76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았다는 등의 혐의로 구속시켰다.

박 전 대장이 수사받게 된 것은 '갑질' 때문이었다. 처벌을 받아도 갑질이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 만약 공관병 갑질 건이 형사처벌이 되지 않는다면 수사는 거기서 끝나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군 검찰과 검찰은 여기서 끝내지 않는다. 특정한 행위가 아니라 사람 자체를 표적으로 해 무엇이 나올 때까지 먼지를 턴다. 그래서 털어낸 것이 네 차례 184만원어치만 뇌물로 인정됐다. 지금 법관과 검찰을 포함해 한국의 공직자 중에 이 기준을 들이대면 얼마나 무사할 수 있는가. 이것은 법이 아니라 보복 린치이고 폭력이다.

이 나라 공권력은 항공사 오너 가족이 갑질로 물의를 빚자 수사권, 조사권을 가진 모든 국가 기관이 동원돼 일가족 전원에 대해 10여 차례 압수수색을 하고 다섯 번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갑질은 처음에만 수사 대상이었고 나중엔 전부 다른 먼지 털기였다.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삼성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해서도 열 번이나 압수수색을 했다. 이 역시 별건 수사였다. 너무나 과도하다. 겉모습만 법의 집행이지 정권과 대중의 정서에 영합해 휘두르는 폭력이나 다름없다. 박 전 대장은 재판에서 "적국에 포로로 잡힌 것 같은 모욕을 느꼈다"고 했다. 그에게 지금 한국은 평생을 바쳐 지켰던 조국이 아닌 생소한 다른 나라로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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