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학생부가 로또입니까

조선일보
  • 김은실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8.09.15 03:00

    [김은실의 대치동 24시]

    상위권 학생만 특별 관리 복사한 듯 내용 똑같기도
    학종 전형 커트라인 없어 내신 낮아도 합격 가능한데 이렇게 관리 안 돼서야…

    학생부는 현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지만 학교·교사별로 차이가 커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학생부는 현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지만 학교·교사별로 차이가 커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DB
    2019학년도 수시 원서 접수가 마감됐다. 전체 선발 인원의 76.2%를 차지할 정도로 모집 인원이 역대 최고였다. 올해 수시에서 학생부 관련 전형의 비중은 무려 86.2%다.

    학생부는 지금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자료로 부상했다. 과거 필자가 입시를 치를 때인 80년대에 학생부는 거의 의미가 없었다. 학생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고, 뭐가 적혀 있는지는 더더욱 몰랐다. 면접도 있었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그저 학력고사 점수만 잘 받으면 명문대를 갈 수 있었다. 10년 전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후부터 학교 생활기록부가 성적만큼 중요한 자료가 됐고, '학생부를 관리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그런데 최근까지 학생부가 작성되는 과정과 결과를 보면, 갈 길이 참으로 멀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부가 어떻게 작성되고 학종 준비 과정이 어떤지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그 답은 이랬다.

    '학생 개개인이 다 써오라 하고 사실에 부합한지 확인 절차 없이 학생부에 그대로 적어준다. 3학년 때는 동아리 활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당사자도 모르는 내용이 적혀 있다. 기억도 나지 않는데 '○○ 발표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여줬다'고 한다. 담당 교사가 학생의 부족한 점을 적으면 큰일 나는 줄 아니까 모든 학생에게 칭찬 일색이다….'

    '학교의 대학진학률을 높여 학교 평가 점수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상위권 학생들이 아니면 학생부 관리는 해주지 않는다. 수상 실적이나 제출한 과제 목록이 누락되기도 한다. 내신이 상위권이 아닌 학생이 학종을 준비한다고 하면 '수능 봐서 대학 가라!'고 단칼에 잘라버리는 선생님도 있다. 내신이 일정 등급 이상이 아니면 아무리 잘해도 교내 대회에서 상을 탈 수 없다거나 상위권 아이들만 몰래 대회를 치르고 상을 준다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어차피 내신 안 좋은 아이들에게 상 하나 얹어봤자 의미가 없으니 되는 쪽으로 몰아주자는 얘기다.'

    학생부 내용의 양과 질이 학교별로, 교사별로 차이가 크다. 열심히 활동했는데 학생부에 제대로 적히지 않았거나, 반대로 대충 활동했는데 학생부에 빼곡히 적히는 경우도 있다. 담당 교사의 성실성과 부지런함의 차이라면, 그래서 매년 학기 초 로또 뽑는 기분으로 좋은 담임 배정을 위해 기도를 해야 한다면 학생부에 대한 공정한 평가는 기대하기 힘들다. 내신 등급이 더 낮은 아이가 학생부 내용이 좋아 등급이 높은 아이를 제치고 합격할 수 있다.

    최근 내신 관련 부정 사건으로 애를 태우고 있는 S여고 학부모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기회는 평등했습니까? 과정은 공정했습니까? 결과는 정의롭습니까? 학교는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가 갑(甲)이라 아이가 찍혀서 학생부 기록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얼굴은 모자와 마스크로 가린 채 시위에 참여했다. 학교 안에서의 평등과 공정과 정의가 세워지지 않는 한, 학종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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