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대리 수술'은 의사 의무와 권리의 포기다

조선일보
  • 유재호 정형외과 전문의
    입력 2018.09.15 03:00

    [유재호의 뼛속까지 정형외과]

    의료 행위 의료인만 가능…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 진행했다면 큰 충격
    집도의가 전체 수술과정 통제하지 않은 것은 어떠한 변명도 안 통해

    최근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 기기 영업사원이 수술복을 입고 의사 대신 수술장에 들어가는 장면.
    최근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 기기 영업사원이 수술복을 입고 의사 대신 수술장에 들어가는 장면. /연합뉴스
    70대 할머니가 허벅지 뼈가 부러져서 병원을 찾았다. 두 번째다. 6개월 전에 부러진 허벅지 뼈를 쇠판과 나사로 고정했었다. 그런데 뼈가 다 붙기도 전에 다시 넘어져서, 이번에는 쇠판까지 같이 부러진 것이다. 이런 경우 골절 고정 방법을 바꾸어서 다시 수술한다. 골수강 내 정이라는 뼈 안쪽에 삽입하는 쇠정을 사용한다. 그런데 할머님이 체격이 너무 작으셔서 기성품 기계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이런 경우 기계 회사 직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할머니의 뼈 길이에 맞도록 기성품 기계를 잘라내고, 추가로 나사 고정 구멍을 뚫어서 맞춤형 기계를 준비했다. 할머님은 당신만을 위해서 특별히 만들어진 기계로 수술을 받았고, 큰 탈 없이 회복했다.

    정형외과 수술은 각종 기계와 인체 내 삽입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골절 고정 기구, 인대 수술에 사용되는 나사, 인공 관절 기구 등 매우 다양하다. 더욱이 새롭게 개발된 기계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각종 기계의 세세한 사양을 집도의가 모두 암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계 회사 측에서도 경쟁사에 비해서 우월한 점을 홍보해야 하고, 실제 사용 시의 장단점 및 문제점들을 듣기 위해 직원을 병원에 배치하기도 한다. 특히 위의 할머니와 같은 경우에는 기계 회사 직원의 협조가 꼭 필요했다.

    수술을 집도하는 것은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지만, 숙달되고 나면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사가 많다. 그때 정반대의 두 가지 착각을 할 수 있다. 하나는 내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주변 사람들도 나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할 일을 맡겨버리는 것이다. 상반되는 두 가지를 그때그때 자의적으로 내게만 편리하게 적용하는 것이 가장 곤란하다. 최악의 경우는,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얕잡아 보면서, 실제로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켜 버리는 캐릭터다.

    특히 정형외과 수술은 비슷한 과정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관절경 수술이나 인공 관절 수술의 경우에는 마치 작업 공정을 따르듯 수술과 재활 과정을 표준화하려는 노력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똑같은 과정을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개개인의 남다른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이 더 크고 중요하다.

    '유령 의사(ghost doctor)' 문제로 외과 계열 의사들이 비난받은 일이 있다. 유명한 의사를 간판처럼 내세워서 환자가 수술을 결정하도록 하고, 실제로는 다른 의사가 수술을 실시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수술을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하도록 하는 '대리 수술'은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수술 조력자는 절대로 집도의의 통제를 넘어서 수술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

    최근 어깨 수술을 받은 후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의 수술을 의사가 아닌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진행했던 것이 알려져서 큰 충격을 주었다. 어깨 수술과 뇌사 상태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집도의가 전체 수술 과정을 통제하지 않은 것은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법은 의료 행위를 의료인만 시행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의료인 스스로 이런 의무이자 권리를 포기한다면,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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