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묻지 않은 숲과 음악… 모두와 누리고 싶었죠"

조선일보
  • 이해인 기자
    입력 2018.09.14 03:17 | 수정 2018.09.14 09:30

    대관령 '숲속 음악제' 여는 이상우, 40년 통제해온 곳에 공연장 꾸려
    "잘 가꿔온 공간 시민에 돌려줄 때" TV조선서 매주 일요일 4회 방송

    '나에게 사랑은 상처만을 남겼지만/ 사랑은 웃는 법 또한 알게 했고/ 사랑은 살아갈 이유를 주었다가/ 사랑은 절망이 뭔지도 알게 했죠.'

    지난 2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횡계리 대관령 숲속에는 가수 정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빼곡한 전나무, 소나무 사이사이 마련된 간이 의자에 모여 앉은 시민 500여 명은 감미로운 음악에 빠져들었다.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던 강원도에서 매주말 '숲속 음악제'를 열고 있는 주인공은 가수 이상우(55)다. 1988년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으며 데뷔한 그는 1991년 히트곡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공연 기획자로 변신해 활동해 오다 2년 전 우연히 대관령 숲의 존재를 알게 됐다. "사람 때가 묻지 않은 숲을 보자마자 음악 공연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디오 '별밤'에 출연할 때, 평창 스키장에 마련된 무대에서 여러 번 공연했거든요. 산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음악으로 호흡했던 그 황홀한 경험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숲속 음악제’를 기획한 가수 이상우. 그는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들이 자연에 와서 나무 냄새도 맡고 새 소리도 듣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숲속 음악제’를 기획한 가수 이상우. 그는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들이 자연에 와서 나무 냄새도 맡고 새 소리도 듣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그길로 동부 산림청장을 찾아갔다가 이곳 역사를 들었다. 산림청은 1976년 황무지였던 이곳을 통제한 뒤 40년간 전나무, 잣나무, 낙엽송을 84만3000여 그루 심어 숲으로 일궈냈다. 그는 "숲을 보존하고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잘 가꾼 숲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이 제안에 산림청장도 손을 들어줬다"고 했다. '토리음악숲'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토리는 '작고 옹골차다'는 순우리말. 지방마다 갖고 있는 음악적 특징을 일컫기도 한다.

    이상우와 산림청이 합심해 대중에 공개하기로 한 숲은 약 40만㎡. 이 중 문화 공간을 만드는 데 딱 160그루를 벨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여태까지 베어낸 나무는 단 두 그루. 이상우는 "숲속 공연장을 만드는 데 한 그루, 무대 시야를 가리는 나무 한 그루만 벴다"며 "국가가 열심히 보호해 온 곳인데 다시 망가뜨릴 순 없지 않으냐"고 했다. 오히려 사람들 다니는 길에 야생화를 심고 예쁘게 가꿔 지난 7월 21일 처음 문을 열었다.

    지난 2일 대관령 토리음악숲에서 가수 휘성이 공연하는 모습.
    지난 2일 대관령 토리음악숲에서 가수 휘성이 공연하는 모습. /이상우

    이상우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제일 불편한 공연장일 것"이라고 했다.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화장실, 전기 설비 등 편의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공연장에 오기 전 토리숲 입구에 있는 화장실을 미리 들러야 한다. 차량 통행도 제한돼 스태프들은 매번 공연장까지 조명과 음향 장비를 나른다. 이상우는 "자연이 주는 행복을 알기 때문에 모두 감내한다"고 했다.

    음악을 넘어선 힐링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포부. 숲속 명상, 심리 치유 프로그램, 인문학 강연 등을 계획하고 있고, 야외 도서관도 개관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숲속 라이브'란 제목으로 오는 16일부터 4주간 TV조선(일요일 오후 7시 50분)에서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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