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사이드] 초·재선發 '정풍'… 한국당에 인적청산 신호탄

조선일보
  • 원선우 기자
    입력 2018.09.14 03:00

    14명 혁신선언문 발표… 김병준 지도부와 '사전 교감說' 돌아
    지도부 "고맙다" 화답… 친박·친홍계와 인적청산 투쟁 예고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 14명은 13일 '재창당 수준의 혁신 촉구를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선당 후사 정신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패배에 반성하고, 재창당 수준의 혁신과 새 출발을 위해 자기희생을 담은 전면적 쇄신을 촉구한다"고 했다.

    선언문엔 김성찬(재선)·김규환·김성원·김성태·김순례·문진국·성일종·송언석·이양수·이은권·이종명·임이자·장석춘·정유섭(이상 초선) 의원이 서명했다. 당 초선 42명 중 13명이 동참한 것이다. 당내에선 현 김병준 지도부와 초·재선 의원들 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추석 이후 현 지도부와 친박(親朴), 친(親)홍준표 진영 간 당내 권력 투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내 초·재선 14명이 서명한 ‘재창당 수준의 혁신 촉구를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순례·김규환·성일종·김성태·이은권·김성원·문진국 의원.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내 초·재선 14명이 서명한 ‘재창당 수준의 혁신 촉구를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순례·김규환·성일종·김성태·이은권·김성원·문진국 의원. /연합뉴스

    이날 서명한 의원들은 대부분 계파색이 옅은 인물들로 수도권·충청 의원들이다. 대구·경북(TK) 의원 20명 중 서명자는 보궐선거로 당선된 송언석(경북 김천) 의원이 유일하다. 또 비례대표인 김규환·김순례·문진국·이종명·임이자 의원은 당협위원장이 아니다. 이 때문에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용태 사무총장 등 비대위 핵심 인사들이 배후에서 조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당 지도부 인사들은 '사전 교감설'을 부인하면서도 일제히 해당 초선 의원들엔 "고맙다"고 화답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쇄신의 결의안을 보여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면서 "당협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철저히 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교감은 없었지만 초선 의원들의 결기는 바람직하다. 지도부가 잘 받아들여 당을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김용태 사무총장도 "지도부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매우 고맙다"며 "당무 감사와 인적 쇄신이 긍정적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선언문에 서명한 김성원 의원은 "초선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했고, 이은권 의원은 "한국당을 살리려면 우리부터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순수한 마음이지 결코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것이 아니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김병준 비대위가 초·재선 의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친박·친홍 진영에 대한 본격적인 '인적 청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위원장은 7월 취임 이전부터 초·재선 의원들과 활발하게 교감해 왔다"며 "이들을 중심으로 김병준계(系)를 구성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국당 초선 의원 19명은 지난 7월 "김병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자"며 공개 지지를 선언했었다.

    친박·친홍 진영 의원들은 이날 공개적 반응을 내놓진 않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인적 청산에 나서겠다는 선전포고 아니냐"며 부글부글하는 기류가 엿보인다. 친박 민경욱 의원은 "6·13 지방선거 패배 후 진작 내려놓자고 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애매한 때"라고 했다. 한 친홍계 인사는 "홍준표 전 대표의 귀국을 앞두고 김 위원장 측이 세 과시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설이 나도는 김무성 의원 측은 "일단 지켜보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당무 감사 등 '인적 청산'을 앞두고 당 지도부에 '점수'를 따기 위해 초·재선들이 선수(先手)를 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최근에도 "인위적 인적 청산은 없다"고 했지만, 오는 10월 당협위원회 당무 감사가 시작되면 당내 계파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초·재선 의원들이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는 정풍(整風) 운동 움직임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김병준 지도부가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로 인적 청산이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1차적 인적 청산 대상이 친홍계 당협위원장과 일부 친박 핵심 의원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돈다. 그러나 친박·친홍계 인사들은 "그러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전당대회도 하기 전에 당이 내홍에 휩싸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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