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CIO 되려면 돼지 냄새 참아라?"… 공단 위치 비꼰 WSJ

입력 2018.09.14 03:00

[오늘의 세상] 1년 넘게 공석인 사연 보도

돼지 일러스트

'600조원 이상 자산을 감독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 구함. 시장 평균보다 보수는 낮지만, 정치적 비판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함. 룸메이트와 숙소를 나눠 쓸 수 있는 개방성 우대. 돼지와 가축 분뇨 냄새를 견디는 참을성은 필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묘사한 한국 국민연금공단(NPS) 기금운용본부 CIO 자격 요건이다. 국제 금융투자업계 시각에서 봤을 때 상식적이지 않은 국민연금공단 CIO 인선 논란을 비꼬는 투로 다룬 것이다. WSJ은 12일(현지 시각) 국민연금공단 CIO 자리가 1년 넘게 공석(空席)으로 남아 있는 사연을 자세히 보도했다. 국민연금은 작년 7월 강면욱 CIO가 사임한 뒤 지금까지 후임 CIO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야 공모를 통해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해 놓은 상태다.

WSJ은 '이 직책의 가장 고약한 점은 바로 위치'라고 평했다. 작년 공단은 서울에서 약 200㎞ 남쪽으로 떨어진 전북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WSJ은 산과 논, 축사와 분뇨 처리 시설에 둘러싸인 인구 2만6500명 작은 도시인 전북 혁신도시에서 올 들어서만 악취와 관련해 155건의 민원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공단과 가까운 곳에 돼지 등을 연구하는 국립축산과학원이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WSJ은 이런 상황을 비꼬듯 기사에 돼지 삽화<사진>를 함께 싣고 '우리 동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문구를 게재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 주변에서 돼지 축사를 본 적이 없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며 "주변엔 아파트가 많다. 인선과 지리적 문제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WSJ은 "벨기에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더 큰 자산을 감독하는 CIO 자리지만, 급여는 대략 민간 영역의 3분의 1"이라며 보수도 매력적이지 않다고 했다. 가족을 서울에 두고 공단이 제공하는 숙소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연금공단 직원들의 고충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직원은 "대학 기숙사와 다를 바 없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직원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고립감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몇 년 새 미국 뉴욕의 상당수 헤지펀드가 양질의 교육 환경과 낮은 세금을 노리고 맨해튼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걸리는 코네티컷주(州) 그리니치로 대거 이전했다. 신문은 '전북 혁신도시는 아무래도 그리니치처럼 좋은 곳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이전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글로벌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국민연금을 첫 방문지로 삼았지만, 이제 국민연금은 건너뛰고 일본으로 바로 가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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