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중단과 5·24조치, 北도발 때문인데… 정부, 피해입은 경협기업에 1228억 보상하기로

입력 2018.09.14 03:00

"정부 책임없다" 판결난 사안에 통일부 "국가책임 차원의 지원"

통일부는 13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과 2010년 5·24 조치로 피해를 본 남북 경협 기업 95곳에 남북협력기금 1228억4500만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 경협 기업들에 특별 대출과 긴급 운영 자금 등을 간접 지원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배상금' 성격의 돈을 직접 지급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7월 우리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에 맞아 숨지자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며 금강산 관광을 중단했다.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지자 5·24 조치를 통해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경협을 중단했다.

통일부는 이번 지원에 대해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인들을 위한 국가의 책임성 차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2011년 경협업체 N사가 "5·24 조치로 부도 위기"라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에 대한 손실 보상 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때문에 "법원이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는데 통일부가 초법적으로 배상했다"는 말이 나온다.

통일부는 또 "(이번) 지원을 통해 경협 기업의 경영을 정상화해 향후 남북 경협에 참여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승 전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본격적 남북 경협을 준비하라는 신호이자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아직 말뿐이고, 국제 대북 제재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이런 지원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손해를 봤다는 경협 기업들은 정부를 상대로 끊임없이 배상을 요구해왔다. 이런 기업들의 행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이라는 기업가 정신과 시장경제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란 비판이 많았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남북 경협은 대부분 독점 사업이라 '노다지'로 불린다"며 "남북 관계가 좋을 때 막대한 이익을 독식해놓고, 북한의 도발이란 리스크가 발생하자 희생양인 척하며 정부와 국민에게 피해를 메우라고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업체들의 행태에 법원이 제동을 걸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1년 11월 5·24 조치로 피해를 봤다는 경협 업체 N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5·24 조치'는 남북한 긴장 관계 속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며 "정부가 고의 또는 과실로 손해를 끼쳤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 "N사는 북한 내 업체와 계약 체결 당시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했다"며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손해를 보험으로 해결하는 것은 몰라도 직접 정부를 상대로 (해결)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고 했다.

통일부 주변에선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원 결정이 내려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본격적 남북 경협'을 약속하기 위한 예비 조치로 보인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이번 조치는 '혹시 피해를 보더라도 정부가 보상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했다.

이번 지원에 대해선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외교 소식통은 "과거 정부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동참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본 기업이 많았지만, 남북 경협 기업들에 제공된 것과 같은 지원책은 없었다"며 "명확한 기준도 없이 남북 경협 기업이란 이유만으로 혈세를 퍼붓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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