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 극단이 베이징에서 상연한 연극이 중국 관객들의 정치적 요구를 자극한다는 당국의 우려 때문에 공연 내용이 달라진 데 이어 예정됐던 지방공연마저 취소됐다. 이에 독일 정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1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베를린 소재 샤우뷔너(Schaubühne) 극단은 지난 6일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민중의 적'(중국명 인민공적)을 상연했다. 민중의 적은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1882년 작으로 온천 오염을 은폐하는 시장과 온천 개발업자, 언론사, 마을 주민들에 맞서 진실을 알리려는 의사가 민중의 적으로 몰린다는 얘기다. 중국 관객들에겐 중국어 자막이 제공됐다.
문제가 된 것은 '관객과의 대화' 대목이었다. 주인공인 의사가 시민대회를 열어 진실을 알리려던 순간, 무대가 밝아지며 배우들이 객석을 향해 주인공의 행동을 지지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물으며 관객들과 약 15분간 문답을 나누는 코너가 있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국 매체들은 결코 진실을 전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로 무책임하다"는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일부 관객은 "100년 전 희곡에서 그려진 상황을 지금 중국에서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객들의 반응에 놀란 국가대극원 측은 초연이 끝난 뒤 독일 극단 측과 새벽까지 회의를 열어 관객과 대화 대목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이로 인해 7, 8일 상연에선 이 대목이 사라졌다. 베이징에 이어 13, 14일로 예정됐던 중국 장쑤성 난징(南京) 공연은 취소됐다. 대외적인 취소 사유는 '무대 기술상의 문제'였다. 이미 표를 구매했던 관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환불해야 했다. 이 소동은 독일 외교부가 유감을 표명하고 주중 독일대사관이 중국 문화부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졌다고 VOA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