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성관계 영상 찍은 사진 유포, 불법 아냐"

조선일보
  • 박해수 기자
    입력 2018.09.14 03:00

    "직접 신체 촬영해야 처벌 대상" 원심 깨고 무죄 취지 파기환송
    일각 "일반 법 감정과 동떨어져"

    성관계 동영상을 재생한 뒤 휴대전화로 화면을 찍어 타인에게 전송하는 것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3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흥주점 여종업원 이모(2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유흥주점 손님인 유부남 최모(44)씨와 내연 관계로 지내며 합의하에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했다. 2015년 12월 최씨가 이별 통보를 하자 이씨는 성관계 동영상을 컴퓨터로 재생한 뒤 그 화면을 찍어 최씨와 그의 아내에게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폭력처벌법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뒤 그 사람의 의사에 반해 배포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씨는 재판에서 "신체를 직접 찍은 게 아니라 컴퓨터 모니터를 찍은 것이므로 무죄"라고 주장했다.

    1·2심은 이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의 입법 취지는 촬영물의 광범위한 유포로 엄청난 피해가 초래되는 사회적 문제를 감안해 유포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도 촬영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드시 타인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만 한정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이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촬영한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대법원이 일반적인 법 감정과 달리 법을 지나치게 축소 해석해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법 조문에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라고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법원이 법 조문을 확장하거나 유추해서 해석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엄격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2013년에도 유사한 사건에서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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