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기업 총수들이 북한에 사업하러 가겠나

조선일보
입력 2018.09.14 03:19

18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급 인사들이 동행하기로 했다. 청와대가 사람을 지정해 방북을 요청했다고 한다. 대통령 정상외교에 기업인들이 수행하는 것은 기업 차원에서 뚫기 어려운 사업 기회를 정상외교의 힘을 빌려 모색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 기업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언제 재산이 몰수당할지 모를 나라다. 직원이 인질로 잡힐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을 감내할 만한 시장(市場)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삼성, 현대차, SK, LG그룹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700조원에 이른다. 한국은행 추정 북한의 지난해 국가 GDP는 30조원이다. 4대 그룹 국내 매출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시장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이 커질 잠재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21세기에 '위대한 영도자'를 외치는 나라에 미래가 있다고 보고 대규모 투자를 한다면 그것은 정상이 아니다.

지금 북한 경제에 필요하고 수용 가능한 것은 임가공 산업이다. 싼 노동력을 이용해 만든 저가 소비재를 수출해 외화를 벌고 이 밑천으로 산업의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 우리를 포함해 모든 나라가 이 과정을 거쳤다. 이런 상황인데 세계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4대 그룹 총수들이 무엇 하러 북한에 가겠나.

더구나 지금 북한은 엄격한 국제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은 북과 거래하는 기업들에 대해 국제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철퇴를 가한다. 기업들은 북한 주변을 얼씬거리지도 않으려 한다. 그래서 재계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 수행단만큼은 경제 단체장과 공기업 대표 중심으로 꾸려지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가 4대 그룹 총수들에게 다 따라올 것을 요구했다. 지금 이 총수들에게 '왜 가느냐'고 물으면 '북한 투자가 유망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정권은 전임 대통령의 요구로 모금에 참여한 기업들에 대해 '뇌물'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자신들은 기업을 향해 아무런 사업 실익이 없고 자칫 대북 제재망에 걸릴 수도 있는 남북 경협사업에 나서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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