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무현式 대책' 반복, 집값 안정시킬 수 있나

조선일보
입력 2018.09.14 03:20

정부가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높이는 등의 부동산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에 18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의 보유세는 100만원 안팎 오른다고 한다.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은 더 큰 폭으로 오른다. '집값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2005년 종부세를 도입했던 노무현 정부 때보다 보유세 부담이 더 무거워졌다. 은행서 주택 대출 받기도 더 어렵게 조였다. 쓸 수 있는 규제 카드는 다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노무현 정부 때 사실상 실패했던 정책 수단들을 강도만 높이면서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수십 차례에 걸쳐 종부세 도입·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규제 지역 확대 등의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지만 5년간 서울 집값은 56%나 올랐다. 제대로 된 아파트 공급 대책이 동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16개월간 벌써 8번째 대책이 나왔다. 세금 올리고 대출 조이는 노무현 정부식 대책은 너무 많이 써서 시장엔 내성이 생겼다. 이미 한국 부동산 시장은 "세금 더 내더라도 몇 년만 버티면 집값은 더 많이 오른다"는 경험에 학습돼 있다. 그래서 이번 대책이 집값 급등세를 잠시 저지할 수 있지만 장기간 안정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번 대책에는 수도권 내에 3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최근의 집값 급등은 서울 도심 수준의 '좋은 주택' 수요가 촉발한 것이다. 결국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에 강남 수준의 교육·교통·생활편의 인프라를 갖춘 권역을 개발해 제2, 제3의 강남을 늘려나가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좋은 주택'이 계속 공급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면 시장은 안정세로 바뀔 것이다. 이번 공급 대책도 서울 외곽에 임대아파트를 많이 짓는 데 집중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제부총리는 이번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신속히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추가 공급 대책을 준비해 추석 연휴를 전후해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공급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모두가 인정한다. 다만 집값 급등의 근원을 제거하는 데 효과 있는 공급 대책들이 쌓이면 언젠가 집값 버블이 걷히는 날이 온다. 이와 함께 투기 의도가 전혀 없이 집 한 채를 갖고 장기간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엉뚱하게 세금 부담이 높아지는 피해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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