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인사이드] "외교관들 영어 너무 못한다" 군기잡는 강경화

조선일보
  • 안준용 기자
    입력 2018.09.13 03:07

    '영어능력 부족' 수차례 지적에 외교부, 교육제도 개편 나서
    평가기준 상향, 주말강의 검토

    강경화 외교부 장관
    강경화〈사진〉 외교부 장관이 최근 "한국의 국격과 국력에 비해 외교관의 영어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외교부는 외교관들의 영어 능력을 재평가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어학 평가·교육 제도 개편에 착수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강 장관이 근래 외교관들의 영어 구사 능력 부족 문제를 수차례 지적함에 따라 외교부와 국립외교원이 외국어 평가·교육 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최근 본부와 각국 재외공관에서 일하는 직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마쳤고, 지난주 제도 개편 회의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 이외에 제2 외국어 교육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교부는 2004년부터 서울대 언어교육원에 영어 능력 검정을 위탁해 직원들의 실력을 평가하고 있다. 외교 업무에 특화한 이 시험은 영어 회화(TOP)와 작문(TWP)으로 나뉘며, 성적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된다. 외교부 내에서도 동시통역이 가능한 수준인 1등급은 매우 드물고, 2~3등급이 응시자의 약 80%를 차지한다. 영사직 등에선 4~5등급을 받는 직원도 적지 않다.

    평가 기준상 4등급은 '문법·어휘 오류가 때로 의사 전달을 방해하는 수준', 5등급은 '문장구조와 어휘상 잘못이 대화에 방해를 초래하거나 단어·철자 오류가 빈번한 수준'이다. 외교부는 외교관의 영어 실력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4등급도 단기 집중 교육을 받으면 대부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전문 분야 업무에 별 무리 없이 대처할 수 있는 실력"이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강 장관의 지시로 내년부터는 평가가 엄격해지고 교육 방식도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직 초기 논의 단계지만, 시험 난도를 높이거나 직원들이 많이 분포해 있는 2·3급 기준 점수를 더 올리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주말 영어 강의를 늘리고, 재외공관 현지어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외교관 사이에선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 외교관은 "통역관 출신인 강 장관이 '영어'라는 본인 특기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며 "업무에 큰 지장이 없는데 외교부 직원이라고 해서 강 장관처럼 영어를 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30대 외교부 직원은 "영어가 중요하긴 하지만 소속 부서와 공관마다 중국어나 일본어 등 제2 외국어를 익혀야 하는 사정이 다 다르다"며 "업무와 영어 공부를 병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도 "평가를 엄격하게 하기보단 교육을 내실화해 달라"고 했다. 일각에선 "영어 강화 정책을 통해 조직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강 장관은 유년 시절 3년간 미국에서 생활했고,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통역관을 맡았고, 유엔에도 오래 몸담았다. 양자·다자 회담은 물론 해외 주요 인사 접견 때도 통역 없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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