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메르스 신고… 담당 공무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입력 2018.09.13 03:01

부산 24시간메르스대책반 팀장, 112 보고에 "환자 아닌 듯" 단정
신고자와 통화 시도도 하지 않고 보건소에 의심환자 통보도 안해

일부 공무원의 무사안일한 근무 행태가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2일 부산시는 한밤중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신고를 받고도 "환자가 아닐 것"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대응에 손을 놓았다. 시는 지난 8일부터 24시간 메르스비상방역대책반을 가동 중이다. 신고자는 감염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실제 환자였을 경우 감염병이 확산돼 피해가 커질 수 있던 상황이었다.

12일 0시 57분 부산시는 메르스 의심 신고를 접수했다. 이날 0시 30분 112로 박모(53)씨가 "외국인과 술을 먹었는데 열과 설사가 난다. 외국을 많이 다녔는데 메르스로 의심된다"고 신고했다. 112상황실에서 처음 연락이 닿은 부산시 A팀장은 "퇴근했으니 시청에 남아 있는 B팀장에게 전화하라"고 했다.

112의 연락을 받은 B팀장은 "신고인이 음주 상태고 주장하는 증상도 메르스 증상에 부합하지 않는다. 의심 환자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신고자와 직접 통화하거나 면담하는 절차 없이 112가 전해준 신고 내용만으로 메르스 의심 환자가 아니라고 단정 지은 것이다. B팀장은 또 "신고자가 감염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면 직접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전화하라"고 했다. 그러나 신고자는 당시 휴대폰을 끄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B팀장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감염 확인 여부를 신고자 본인에게 넘겼다.

그는 메르스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보건소에도 통보하지 않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담당 팀장이 연일 야근하는 보건소 직원들을 배려해 통보하지 않은 것"이라며 "자의적으로 감염 여부를 판단한 것은 섣불렀다"고 했다.

부산시가 신고를 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자 결국 경찰이 나섰다. 경찰은 직접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전화해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시가 대책본부까지 마련하며 대처를 자처한 전염병 대응을 경찰이 대신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곧바로 연제구보건소에 통보했고, 보건소 직원이 경찰과 함께 신고자를 찾아 나섰다. 경찰은 신고 5시간 만인 이날 오전 6시에 연락이 끊겼던 신고자를 찾아냈다. 보건소 직원이 신고자와 대면 조사한 결과, 오인 신고로 결론났다. 부산시는 허술한 메르스 대응 체계에 대한 지적이 일자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관기관 메르스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이 재난·사고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잇따른 각종 재난 사고 때마다 담당 공무원의 안일한 일 처리가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6일 밤 무너진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은 앞서 구청에 수차례 붕괴 위험을 알렸지만 구청 공무원들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지난 6월 붕괴된 용산구 4층 건물도 구청 담당 공무원 대처가 미흡했다. 사고 한 달 전 현장을 방문해 육안으로 훑어본 뒤 건물주에게 "이 정도는 시멘트만 발라줘도 된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오피스텔 공사장 붕괴 사고 열흘 전, 주민들이 주차장 바닥에 균열이 발생했다며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구청 공무원은 사고가 날 때까지 현장에 가지 않았다. 금천구 관계자는 "담당자가 사고 전날 퇴근 무렵 민원 내용을 전달받아 일찍 대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무원 조직이 적극적으로 국민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지적한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시민 안전 보장은 국가가 맡은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며 "공무원들은 주어진 최소한의 업무만 하려는 무사안일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 대비는 개인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휴일이나 야간에도 안전 문제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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