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은 내 오랜 꿈… 연주 위해 뇌과학 책도 읽었죠"

조선일보
  • 김경은 기자
    입력 2018.09.13 03:01

    영화 '체실 비치에서' OST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에스더 유는 “‘길게 봐라, 서둘러서 뭘 너무 많이 하려고 하지 마라’는 로린 마젤의 말을 늘 가슴에 품고 산다”고 했다.
    에스더 유는 “‘길게 봐라, 서둘러서 뭘 너무 많이 하려고 하지 마라’는 로린 마젤의 말을 늘 가슴에 품고 산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뜻밖의 이메일을 받은 건 지난 5월, 미국 뉴욕 링컨센터의 월터 리드 극장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연 직후였다. "영화음악 작곡가 댄 존스였어요. 배우 세어셔 로넌이 주인공인 영화에 바이올린 선율을 넣어야 하는데, 제 소리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해볼래?' 물었죠. 제 답은 '예스!'"

    피아노에 조성진이 있다면, 바이올린엔 동갑내기 연주자 에스더 유(24)가 있다. 유는 2010년 시벨리우스 콩쿠르(3위)에서 열여섯 나이로 최연소 입상 기록을 갈아치운 차세대 스타. 2014년 BBC가 선정한 '신세대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영국 최대 음악축제인 BBC 프롬스에 데뷔했고, 2014년 지휘 거장 로린 마젤과 협연 후 명(名)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와 남미 5개국 공연도 다녔다.

    그가 영화 '체실 비치에서(감독 도미닉 쿡)'의 사운드 트랙 연주를 도맡았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영국 소설가 이언 매큐언이 쓴 동명 소설이 원작. 열렬하게 사랑한 청춘 남녀가 결혼하지만 첫날밤도 못 넘기고 파경을 맞는 사랑 이야기다. 'LOVE'라고 사인한 OST 음반(데카)을 들고 지난주 서울 광화문을 찾은 유는 "일주일도 안 돼 녹음에 들어가야 했지만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영화음악은 내 오랜 꿈. 런던행 비행기에서 원작을 다 읽었다"고 했다. "BBC 웨일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바흐 무반주 파르티타 3번 중 프렐류드, 하이든과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등을 녹음했지요."

    미 뉴저지주(州) 한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네 살 때 활을 잡았다. 뉴욕 스즈키 아카데미 4년 과정을 8개월 만에 끝내 신동 소리를 들었다. "여섯 살까지 링컨센터나 카네기홀에서 정경화, 사라 장, 이츠하크 펄먼 등 뛰어난 연주자들의 공연을 많이 봤어요. 어린데도 가만히 앉아 무대에 집중했고, 소리에 귀 기울였죠." 오케스트라 공연 날이면 악기를 보느라 넋이 빠졌다. 유칼립투스 향초를 켜 놓고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스케줄은 다이어리에 일일이 손으로 적는다. 별명이 '애할머니'다.

    다음 달 중순 서울에서 에사 페카 살로넨이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영국 클래식 심장인 런던 로열 페스티벌홀에 상주하는 이 악단과는 아시케나지 지휘로 지난해 이미 같은 곡을 녹음한 사이. 이튿날 협연자는 15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서는 피아노 거장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다. 유는 "201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끝난 뒤 뉴욕에서 연기를 배웠다"고 했다. "연주와 연기가 비슷해요. 연주자는 공연 전과 후에 감정이 극도로 바뀌는데, 그 기분과 생각의 흐름이 무척 흥미롭거든요. 그걸 알고 싶어 뇌과학 책도 사서 읽었죠." 그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감정을 음악에 녹여내 사람들과 속 깊은 대화를 하고 싶다. 그게 내가 바이올린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에사 페카 살로넨&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10월 18~19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02)541-3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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