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키를 잰다

조선일보
  •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2018.09.1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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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를 잰다

    벽 기둥에
    자를 만들어 놓고
    키를 잰다.
    날마다 날마다
    형제들이.

    그것도
    재어 보았니?
    생각의 키.

    -김구연(1942~ )

    어쩌다 아기를 잘 안 낳는 세상이 되었다. 인구가 줄어 수십 년 뒤엔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거란다. 다들 걱정이다. 이런 세상에 읽어볼 시라면 억지일까? 얼마나 정겨운가. 형제들이 돌아가며 키를 재어보는 광경이. 키는 누구에게나 관심 대상이다. 어릴 땐 더 그렇다. 키가 작으면 고민이 깊었다. 열등감도 컸다. 나도 키가 작아 그랬다. 어린이는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늘 궁금하다. 키를 재는 줄자도, 기계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더 그랬다. 나무 기둥에 눈금을 그어 자를 만들고 키를 쟀다. 벽 기둥이 키 재는 기계였다.

    이런 얘기에 젖어 있는데 시인이 눈을 빤히 뜨고 '그것도/ 재어 보았니?/ 생각의 키'라고 갑작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앗, 가슴이 찌릿하다. 몸 자라는 것에만 신경 썼지 마음 키우기엔 별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 생각의 키는 마음의 키를 말할 게다. 생각이 엷어지고 얕아진 세상을 향해 동심이 울리는 경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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