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문점 선언 동의받으려면 '100조원' 액수부터 정직하게 밝혀야

조선일보
입력 2018.09.13 03:19

정부가 11일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그 이행 비용으로 올해와 내년에 걸쳐 세금 6438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2년간 국민 세금 6438억원도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북한 인프라 투자 비용을 철도 85조원, 도로 41조원 등 153조원으로 추산했고 미래에셋도 112조원으로 예상했다. 어림잡아 100조원 넘게 들어갈 수 있는 대북 지원에 대해 그 10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국회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을 감추는 것이다. 적은 돈을 제시해 일단 국회 비준을 받은 다음에 진짜 국민 세금을 퍼붓겠다는 것 아닌가.

국민에게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협약을 국회에서 비준받으려면 무엇보다 그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승인할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는 내년 추계까지만 제시한 이유를 '남북 관계에 따라 비용이 가변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판문점 선언 이행에 정확하게 얼마가 드는지도 모르는 채 국회 비준을 재촉했다는 말이 된다. 국회가 비준할 수 있는 기초부터 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 국회 동의를 야당에 촉구하며 '당리당략을 거두어달라'고 했다. 구체적 추계도 어려울 정도의 세금이 들어갈 비준 동의안에 야당이 반대하면 '당리당략'이 되나. 비핵화의 진전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막대한 세금을 북에 퍼붓겠다는 것은 자신들의 생각과 이념만을 절대선으로 여기는 당리당략 아닌가. 현 세대와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을 안길 정책에 무조건 따라오라고 해선 안 된다.

대북 지원은 필요하다. 언젠가 통일이 됐을 때 지금의 낙후한 북한은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처참한 북한 주민을 돕는 것은 우리 의무이기도 하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를 말살할 수 있는 핵폭탄을 단 한 발 남김 없이 전부 없애야 한다. 그 전에 북에 돈을 퍼주면 그것은 핵 인질을 자초하는 것이 된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은 북핵 폐기가 명백하게 실천 단계로 들어가고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됐을 때만 가능하다. 그것도 돈을 내는 국민 앞에 얼마가 필요하다고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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