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추석 '스티로폼 선물세트' 없앱니다

조선일보
  • 채성진 기자
    입력 2018.09.12 03:01

    [환경이 생명입니다]
    롯데, 종이상자 굴비세트 선보여… 완충재도 재활용 쉽게 흰색으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식품 매장. 수산 코너 판매대에 올 추석을 앞두고 새로 도입한 영광 굴비 선물 세트 상자가 놓여 있었다.

    냉기를 유지하기 위해 이전까지 스티로폼으로 채웠던 1.5㎝ 정도의 틈새 공간에 누런 색깔의 골판지가 보였다. 백예기 신선식품팀장은 "골판지의 보랭(保冷) 효과가 기존 스티로폼 단열재의 90%에 달해 배송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코너에서 백예기 신선식품팀장이 올 추석을 앞두고 새로 도입한 친환경 굴비 상자를 소개하고 있다.
    "명절 산더미 쓰레기 줄일 수 있어요" - 11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코너에서 백예기 신선식품팀장이 올 추석을 앞두고 새로 도입한 친환경 굴비 상자를 소개하고 있다. 단열재로 스티로폼을 채운 기존 상자(왼쪽)와 달리 골판지를 사용해 만들었다. /김연정 객원기자
    롯데백화점은 한 번 쓴 뒤 쓰레기로 버려지던 부직포 재질 가방을 두꺼운 종이로 만든 가방으로 교체했다. 주부 정모(47)씨는 "예전에는 굴비 10마리를 꺼내면 재활용 안 되는 포장 폐기물이 수북이 쌓여 처치 곤란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 안 해도 되겠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상자 한 개당 포장재 비용이 이전보다 500원가량 늘었지만 환경보호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올 추석에 이렇게 포장한 굴비 선물 세트를 본점과 잠실점에서 5000여개 선보인다. 내년 설에는 전국 33개 점포로 확대해 총 2만7000여개를 판매할 계획이다.

    추석 명절은 설과 함께 유통업계의 황금 대목으로 꼽히지만 환경 측면에서는 최악의 시기로 꼽힌다. 산더미 같은 포장재 쓰레기가 배출되고, 과다 포장으로 인한 자원 낭비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명절 전후 전국 곳곳의 아파트 단지마다 알록달록 색깔을 입힌 스티로폼 박스 같은 재활용 안 되는 포장재가 몇 트럭 분량씩 쌓인다.

    올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국내 유통업계는 재활용 소재를 적극 도입하고, 간결한 포장을 하는 방식으로 쓰레기 줄이기에 속속 나서고 있다.

    ◇흰색 과일 완충재, 골판지 단열재 도입

    지난 3월 롯데백화점 신선식품 구매 담당자 등 8명은 '친환경 포장재 TF'를 꾸렸다. 6개월 연구 끝에 이들은 흰색 과일 완충재, 표면에 코팅하지 않는 상자, 골판지로 만든 단열재 등을 올 추석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부직포 가방 없애고 종이상자로… 재활용 안되는 검은 스티로폼 퇴출
    부직포 가방 없애고 종이상자로… 재활용 안되는 검은 스티로폼 퇴출 - 위 사진은 한 번 쓴 뒤 대부분 버려졌던 선물 세트용 부직포 가방(뒤)과 새로 도입한 상자형 종이 가방. 아래 사진은 재활용이 안 되는 검은색 스티로폼을 사용한 기존 정육용 밀폐 용기(왼쪽)와 흰색 스티로폼을 쓴 새 용기. /김연정 객원기자
    이날 본점 과일 코너에서는 상자에 담은 과일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받침대를 생분해성 소재로 바꾼 선물 세트를 볼 수 있었다. 사과나 배의 껍질에 흠이 가지 않도록 감싸는 완충재는 재활용할 수 있는 흰색 제품으로 바꿨다고 했다. 이전까지는 과일의 색을 돋보이게 하는 분홍색 완충재를 썼는데, 색깔을 입힌 것은 재활용이 안 돼 일반 쓰레기로 버려졌다.

    정육 코너에선 흰색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쓴 밀폐 용기가 보였다. 정현주 롯데백화점 수석 구매 담당자는 "이전까지는 고기 빛깔을 살려주기 위해 재활용이 안 되는 검정 빛깔의 단열재를 썼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한 번 쓰고 버려졌던 보랭 가방에 어깨끈을 달아 장바구니와 쿨러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가방을 3단 접이식으로 만들어 보관하기 쉽도록 했다. 롯데백화점은 등바구니에 담아 팔던 과일 선물 세트를 이번 추석부터 아예 내놓지 않기로 했다. 등나무 과일 바구니는 보기는 좋지만 재활용이 안 돼 가정이나 병원에서 처리에 애를 먹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과다 포장을 줄여라"…나무 대신 종이 상자에 담은 와인 세트

    보기 좋다는 이유만으로 남발해 온 과다 포장을 줄이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전까지 나무 상자와 고급 헝겊을 이용해 꾸며온 와인 선물 세트를 이번 추석부터 종이 포장 방식으로 바꾼다. 전국 13개 점포에서 5000여개 선물 세트에 적용한다. 나무와 헝겊은 재활용이 안 돼 상자를 부숴 일반 쓰레기로 내놓아야 했다.

    현대백화점은 선물 세트에 담은 참기름이나 샴푸 등 용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설치한 폴리에틸렌 소재 고정재 대신 종이로 만든 틀을 사용한다. 올해 1000여개 선물 세트에 시범 적용하고, 내년 설부터 확대할 방침이다.

    이마트는 지난해까지 스티로폼 박스를 사용하던 새우 선물 세트를 최근 종이 상자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보랭 효과를 위해 상자 안에 은박지를 붙였다. 다 쓴 뒤에는 상자에서 은박지를 떼어내 캔류로 분리 배출하면 된다.

    홈플러스는 고객이 원하는 부위와 중량을 직접 골라서 선물 세트를 구성하는 '농협 안심 한우 맞춤 세트'를 선보였다. 과다 포장을 줄이는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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