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수십조 비용 덮어둔 정부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8.09.12 03:01

    정부, 국무회의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 의결 후 국회 제출
    이행하려면 수십조원 예상되는데 올해·내년 6438억만 올려

    정부는 1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4·27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판문점 선언 합의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2019년 한 해에 4712억원으로 추산했다.

    올해 예산 1726억원에 비해 2986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2년에 걸쳐 6438억원을 책정한 것이다. 정부는 이 돈이 남북 철도 연결 사업, 산림 협력 등에 쓰인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로 넘어간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정부는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판문점 선언 합의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2019년 한 해만 4712억원으로 추산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주시기 바란다"며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를 야당에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은 "수십조로 불어날 경제 협력 예산을 감추려 1년 예산만 넣고 어물쩍 비준 동의를 받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국회 동의를 받기 위해 제출하는 주요 비준 동의안은 해당 조약이 앞으로 5~10년간 세수(稅收)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담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남북 철도 건설에만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데 본사업비는 빼고 사전 타당성 조사 등 '미끼 예산'만 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소 5년간의 장기 추계를 밝히지 않으면 비준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정부가 비용 추계서를 통해 밝힌 추계는 과거와도 큰 차이가 있다. 통일부는 지난 2008년 국회 제출 자료를 통해 10·4 남북 공동 선언을 이행하는 데 14조3000억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10·4 선언 이행'은 판문점 선언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그런데 정부가 2년에 걸쳐 책정한 예산 6438억원은 10년 전의 4.5%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판문점 선언 이행'이 본격화되면 수십조원 이상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부는 비준 동의안을 통해 철도 연결 및 산림 협력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진다는 자의적 판단으로 국회에 사업 추진에 동의해달라고 요청한 모양새다.

    야당 관계자는 "북한 비핵화는 진전이 없는데 우리만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며 "3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에게 선물 더미를 안겨준 것 아니냐"고 했다.

    여권은 이날도 비준 동의안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야당이 비준 동의안에 담긴 비용 추계에 강력 반발하며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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