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미술관 첫 외국인 관장 내보내고… 親정부 인사 물색?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09.12 03:01

    국내 첫 예술공공기관 외국인 수장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외국인 관장인 바르토메우 마리(52)가 오는 12월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임명하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측은 11일 "오늘 마리 관장에게 연임 불가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마리 관장의 임기는 12월 13일까지로, 문체부는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당사자에게 연임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장 출신의 마리 관장은 지난 2015년 공개 공모에 지원해 사상 첫 국내 문화예술계 공공기관 외국인 수장이 됐다. 임기 중 마리 관장은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위해 미술관 조직을 개편하고 전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부임 전 1년에 44개였던 전시를 24개까지 줄이며 올해 상반기 국립현대미술관 사상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위작 논란이 뜨거웠던 천경자의 '미인도'를 일반에게 공개 전시해 화제를 모았고 '역사를 몸으로 쓰다' '신여성 도착하다' 같은 전시는 해외 평단의 관심을 부르기도 했다.

    지난 7월 본지 인터뷰 당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지난 7월 본지 인터뷰 당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3년 임기 만료를 앞둔 그는 내년 50주년을 맞는 국립현대미술관의‘중기 운영 혁신 계획’을 발표하는 등 최근 공공연히 연임 의지를 밝혔지만 문체부 측은 교체 카드를 택했다. /이태경 기자
    비판도 비등했다. 한국 미술에 대한 이해 부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세계화 미흡, 언어 장벽으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 등이 미술계에서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그를 관장으로 임명했던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자 자격 논란에 대한 잡음도 일었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 내부와 미술계 안팎에서는 그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서울대·홍익대 미대 간 알력 등 외부 요인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실력과 기획력으로 학예사들을 독려하며 전시를 기획했다는 긍정적인 평도 받고 있다. 마리 관장은 지난 7월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국립기관의 수장이 매우 정치적인 자리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이 정치적 부속물이 돼선 안 된다"며 "전시를 기획하고 일정을 짜는 데만 3~5년이 걸리는 만큼 3년은 관장의 성과를 평가하기에 너무 짧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여러 공개석상에서도 "미술관은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돼야 한다"며 수차례 연임 의지를 밝혔지만 결국 관철되지 않았다.

    문체부는 조만간 시작될 신임 관장 공모를 앞두고 5~6명의 후보군을 놓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옥상 민중미술화가,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았던 윤범모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김홍희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 김선정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중국 상하이프로젝트 예술감독 등을 지낸 이용우 전(前) 상하이히말라야미술관장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그중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는 임옥상 화가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했고, 이후 광화문 촛불 집회를 묘사한 대형 그림 '광장에, 서'(3.6×11.7m)가 청와대 본관에 걸려 화제가 되는 등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의 예술인으로 꼽힌다. 미술계 관계자는 "여러 인물이 거론되고 있지만 대한민국 현대미술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새로운 리더는 전국 4개 분관을 총괄해야 하는 만큼 정권과의 코드나 이념이 아니라 오로지 전문성과 경영능력, 뚝심과 조직 장악력으로 평가해 임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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