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1일 청와대가 전날 제안한 여야 5당 대표 등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동행에 대해 "정당 대표가 장기판의 졸(卒)도 아닌데 왜 이렇게 졸 취급을 하는 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은 생각을 밝히며 "아무리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라고 하더라도 절차가 있는 법인데, (청와대가) 200명 규모의 수행단도 모자라 굳이 정치권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연유라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에도 청와대가 국회의장단과 각 당의 대표들에게 평양 남북정상회담 동행 요청을 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 지도부 경북 구미 방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국회와 각 정당을 (정상회담의) 곁가지로 끌어넣는 모습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렇게 초청했다는 것은 서로 결례", "문재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한 경제 파탄을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으로 덮으려고 하는 치졸한 정치공작을 벌이면서 또다시 우리를 평화 반대 세력으로 규정하려는 프레임 전쟁을 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대표급 인사들의 방북요청 제안 거절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이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주길 바란다.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을 국회 회담의 단초를 여는 좋은 기회로 삼아 주시기 바란다" 등의 설득 메시지를 보냈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재차 불쾌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2018 정기국회는 완전히 엉망이 돼버렸다"며 "방북에 함몰된 대통령 대신 총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동북아포럼에 참석해야 한다고 해서 (국회의) 대정부질문도 절름발이가 됐다"고 했다. 이어 "다음주에는 대통령 방북이 대정부질문과 장관 (후보자) 청문회,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모두 덮어 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정기국회는 대의기관의 꽃으로, 정기국회 100일은 민생과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 (국회가) 밥값을 해야 할 때"라며 "국회는 망쳐도 추석 밥상에 자신들만의 평화 잔칫상은 꼭 챙기겠다는 남북 간의 일정관리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