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평양동행’ 거절한 국회∙야당에 “당리당략” 비난

입력 2018.09.11 11:52

"北보유핵 폐기하려면 北美 정상간 통 큰 구상∙대담한 결단 필요"
"北, 핵폐기 실행해야...美, 상응 조치로 여건을 갖춰줘야"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계기 동반 방북을 제안한 국회와 야당을 향해 "이처럼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와 야당을 향해 ‘당리당략(黨利黨略)’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한 후 국회와 야당을 향해 이 표현을 쓴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종로구 창덕궁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내외 국빈방한 공식 환영식을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다시 한번 큰 걸음을 내딛는 결정적인 계기로 만들어내야 하고 북미 대화의 교착도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강력한 국제적인 지지와 함께 국내에서도 초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을 국회 회담의 단초를 여는 좋은 기회로 삼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청와대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 9명에게 정치 분야 특별대표단 자격으로 동행해줄 것을 요청했다가 야당 대표들은 물론 국회의장단에게도 거부당했다.

‘당리당략’은 ‘당의 이익과 당파의 계략’을 뜻한다. 정치권에서는 이 표현을 일반적으로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회와 야당을 비난하는 용도로 쓰는 ‘여권의 언어’로 본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4월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는 국회선진화법과 관련 "여야 간에 민의의 정당이라는 곳에 어렵게 선거를 치러서 국민한테 약속을 많이 하고 들어왔는데, 여기에서 당리당략으로 가면 안 된다"며 야권에 안보문제와 일자리문제에서 협력을 압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6월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을 당리당략으로 묶어놓고 있으면서 본인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을 빅딜을 하고 통과시키는 난센스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을 당시 야당 대표는 또 다른 당파적 이익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2015년 6월 26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이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은 적반하장이다"라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이 ‘당리당략’이라는 정쟁의 언어를 꺼내 들면서, 이날 오전 ‘평양 동행’을 거듭 제안하기 위해 국회와 야당 대표를 찾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빈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평양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남북간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공동선언이 아니라 남북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라며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과 적대 관계 해소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만 남북 경제 협력과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추진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기본적으로 북미 간의 협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면서도 "북미 간의 대화와 소통이 원활해질 때까지는 우리가 가운데서 중재하고 촉진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도 제게 그러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북한이 보유 중인 핵을 폐기하는, 한차원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려면 다시 한번 북미 양 정상간의 통 큰 구상과 대담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북한은 핵 폐기를 실행해야 하고 미국은 상응 조치로 여건을 갖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양국은 70년의 적대 관계에서 비롯된 깊은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 북미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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