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확 늘리고 통계조작… 그 정책의 비극

조선일보
  • 안상현 특파원
    입력 2018.09.11 03:00

    [아르헨티나 경제파국 현장]
    아르헨, 前정부서 공무원 160만·연금수급자 440만명 늘려
    재정 파탄나자 통계 왜곡해 숨겨… 결국 IMF구제금융 요청

    안상현 특파원
    안상현 특파원
    7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 노동부 청사 건물을 공무원 노조원 수백명이 인간띠를 만들어 에워쌌다. 이들은 "일자리를 건드리지 마라"고 외치며 'Trabajo(노동)'라고 적힌 흰 깃발을 휘둘렀다. 중앙 부처인 노동부를 국(局) 단위로 축소하려는 정책에 대한 반발이다. 지난 5일엔 보건부 청사 주변을 국공립 병원 종사자 수천명이 장악했다. 보건부 축소를 반대하는 시위다. 117개 노조가 연합한 아르헨티나 최대 노동단체 '노동자총연맹'은 오는 25일 전국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지난 3일부터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아르헨티나는 분수에 넘치게 살고 있다"고 실토하며 19개 정부 부처를 10개 안팎으로 통폐합하고 내년 재정 지출을 27% 줄이는 긴축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긴축 조치는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외환보유액은 513억달러(약 58조원)에 불과한데 대외 부채는 5배인 2537억달러에 달한다. 결국 2006년 졸업한 국제통화기금(IMF)에 다시 문을 두드렸고, 500억달러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재정 긴축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는 2003~2015년 연달아 정권을 잡은 키르치네르 부부 정권의 부산물이다. 이들은 세금을 쏟아부어 경기 부양을 시도하고 복지를 확대했다. 일자리 확대 명분으로 공무원 수를 2배 가까이 늘렸다. 키르치네르 정권 출범 전 230만명이던 공무원은 2014년 390만명으로 70% 늘었다. 연금 수급자는 2005년 360만명에서 2015년 800만명으로 급증했다. 가스·전기 등 에너지 보조금도 크게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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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 공무원들 "감원 반대"… 노동부 청사 에워싸고 시위 - 7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공무원노조(ATE) 조합원들이 서로 팔짱을 낀 채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 있는 노동부 청사 건물을 에워싸고 있다. 경제 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 정부가 긴축 정책의 하나로 노동부 등 중앙 부처의 조직과 인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반발하는 것이다. /Cecilia Soria 트위터
    공무원 월급과 과잉 복지 재원은 페소화를 찍어내 충당했다.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했다. 그러자 통계 분식에 나섰다. 민간 경제 연구 기관이 측정한 물가상승률이 연 30%가 넘었지만, 키르치네르 정부는 평균 10%라고 발표했다. 정권 말기인 2014년에는 "아르헨티나는 빈곤에서 해방됐다"고 선언하며 빈곤 관련 통계 집계를 아예 중단했다. 결국 IMF는 "아르헨티나 정부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5년 12월 마크리 대통령 취임 이후 재정 축소에 나섰으나 때는 늦었다. 재정으로 틀어막은 경제, 통계를 왜곡한 눈속임은 결국 IMF 구제금융 수혈이라는 경제 위기를 또 불러온 것이다. 아르헨티나 재정연구소(IARAF) 아리엘 베라우드 박사는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늘려온 복지와 연금 지출로 아르헨티나는 만성적인 불황 상태"라며 "심각한 개혁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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