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발 맞춘다며… 원전 해체 석·박사 키우는 대학들

조선일보
  • 권순완 기자
    입력 2018.09.11 03:00 | 수정 2018.09.14 14:16

    한양대·포스텍 등 국비지원 받아

    /연합뉴스
    이번 가을 학기 한양대 대학원 원자력공학과에는 원전 해체 전공 신입생이 3명 입학했다. 이 전공은 올해 신설됐다. 석·박사 과정으로, 원전 시설 제염(오염 제거) 기술 등 원전 해체 관련 기술을 배운다.

    연간 1200만원인 학비는 공공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전액 댄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에너지 인력 양성 사업'의 일환으로 한양대에만 5년간 총 18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한양대 관계자는 "국내 원전 폐쇄를 염두에 두고 개설된 전공"이라고 했다.

    각 대학에 국비 지원을 받는 원전 해체 학위 과정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탈원전 기조에 따라 원전 폐쇄를 결정하자 학문 수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작년 폐쇄된 고리 1호기는 2022년 해체될 예정이고 월성 1호기도 지난 6월 조기 폐쇄가 결정됐다.

    포스텍에도 원전 해체와 관련된 석·박사 과정이 신설된다. 올 하반기부터 5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각각 13억5000만원을 지원받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원전 해체와 원자력 안전 기술을 미래 원자력 기술로 보고, 이 분야의 인재를 길러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포스텍 관계자는 "기존 기술에 인공지능·IT 지식을 접목할 계획"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원전 해체 과정에서 잔존 방사능 물질을 드론으로 탐색하는 등의 기술을 연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정부 입맛에 맞춘 '반짝 전공'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전 해체 분야를 가지고 독자 전공으로 만드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공학 전체 분야가 100이라고 하면, 해체와 관련한 제염·폐기물 처리 분야는 5도 안 되는 협소한 기술적 영역"이라며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수명을 수십 년 연장할 수 있는 원전을 해체하기 위해 관련 전공을 급조하는 듯한 인상이 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교수도 "별도로 원전 해체 전공을 두는 것은 외국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마치 의대에 장례 전공을 두는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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