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세 나이 差? 그래서 찰떡 호흡

조선일보
  • 김경은 기자
    입력 2018.09.11 03:00

    내일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듀오 콘서트 여는 정경화·조성진

    "평생 내 속을 썩인, 뼈마디가 다 힘들었던 게 베토벤입니다. 특히나 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말도 못하게 훈련이 필요하고, 함께하는 피아니스트는 악보대로만 쳤다간 큰일 나죠. 그런데 제가 한마디를 하면 성진이는 열 마디를 알아들어요! 60년 넘는 연주 인생 동안 기억에 남는 피아니스트는 라두 루푸, 크리스티안 치머만, 케빈 케너 등 다섯 손가락도 안 되는데 성진이는 6년 전부터 그 안에 있었습니다."

    나이 차만 '46'.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0)와 피아니스트 조성진(24)이 한 무대에 오른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듀오 콘서트를 연다. 고3이던 조성진을 정경화가 자신의 독주회에 세운 지 6년 만이다.

    10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정경화와 조성진.
    10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정경화와 조성진. /뉴시스
    정경화가 농도 짙은 유화라면, 조성진은 산뜻한 수묵화다. 10일 간담회에서 만난 '바이올린 여제(女帝)'는 말투도 표정도 즉흥적이면서 여유로웠다. 조성진은 차분했다. "태어나서 소리 지르며 화를 내본 적이 없다고 했더니 정경화 선생님이 깜짝 놀라셨어요."

    첫 곡인 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은 아내였던 클라라를 미칠 듯이 사랑한 슈만의 광기가 세차게 요동하는 곡이다. 베토벤이 서른둘일 때 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7번은 귀가 멀기 시작한 베토벤이 목숨을 끊으려던 와중에 칸타빌레로 써내려간 느린 악장이 일품이다. 예순네 살 프랑크가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에게 결혼 선물로 준 바이올린 소나타는 한 남자가 겪은 사랑의 희로애락이 우아하게 펼쳐진다. 조성진이 6년 전부터 정경화에게 같이하자고 조른 곡이기도 하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3년이 된 조성진은 "지난 3년간 제일 힘든 건 '거절'이었다"고 했다. "뭘 해야 하는지보다 뭘 안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게 더 중요했어요." 정경화는 "성진이는 내 동생 명훈이가 열세 살 때 처음 보고 라두 루푸와 맞먹는 연주자라고 칭찬한 아이"라며 "아무도 꺾지 못할 고집을 갖고 앞길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했다. "음악의 성숙함은 나이와 비례하지 않아요. 성진이가 화를 안 낸다 했지만, 베토벤 소나타에서 벼락이 치듯 떨어지는 스케일을 제대로 표현하죠. 타고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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