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치는 듯한 동물 움직임… 역시 '킹 오브 라이온킹'

입력 2018.09.11 03:00

디즈니, 16개국 배우로 호화 캐스팅

"나지곤야마~ 바기티바바~!"

주술사 라피키의 노래가 시작되자 객석에 '와!' 하는 탄성이 번졌다. 아프리카 줄루어로 '사자가 온다'고 노래하며 왕자 심바의 탄생을 알리는 곡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 무대 양측 타악기의 짧고 빠른 타격음이 오케스트라 연주를 끌어당기며 내달리자 귀부인처럼 우아한 치타, 반원을 그리며 뛰는 가젤, 태양에 닿을 듯 키 큰 기린이 어우러져 춤춘다. 그때 다시 한 번 환호성. 1층 중앙 객석 좌우로 행진해 들어온 코끼리와 코뿔소 등 대형 동물들이 관객을 스치듯 지나 무대 위 군무에 합류했다.

초원의 왕 무파사(오른쪽)가 아들 심바를 얻자, 왕위 승계에서 밀려난 동생 스카(왼쪽)는 사사건건 형과 부딪친다.
초원의 왕 무파사(오른쪽)가 아들 심바를 얻자, 왕위 승계에서 밀려난 동생 스카(왼쪽)는 사사건건 형과 부딪친다. 사자 가면은 머리 위에 얹힌 형태였다가 배우 움직임에 따라 얼굴 앞으로 내려오는데, 대립하는 캐릭터 사이의 긴장감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거나 캐릭터의 성격을 강조해 표현하는 효과를 낸다. /월트디즈니컴퍼니프로덕션
지난 7일 저녁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극장에서 11월 내한 공연을 앞둔 뮤지컬 '라이온 킹'을 먼저 만났다. 시작부터 끝까지 눈과 귀는 무대 위에 붙들려 매였고, 객석은 배우들 감정선을 따라 물결처럼 일렁였다. 라이온 킹은 20여개국서 9500만여명이 관람해 81억달러(약 8조8000억원)를 벌어들인 디즈니 의 대표 뮤지컬. 이 공연 20주년을 기념해 디즈니는 인터내셔널 투어를 처음 조직했다. 그간 전 세계 로컬 공연에서 빛났던 배우를 한데 모아 배우들의 국적만 16개다. 11월 대구와 1월 서울 공연을 앞둔 이 공연은 1차 판매 티켓이 예매 시작 당일 거의 매진됐다.

먼저 눈에 띈 매력 포인트는 흔히 '물결 치는 듯하다'고 하는 동물의 움직임. 모든 배우가 각 동물 고유의 리듬으로 움직인다. 전위적 실험 연극으로 명성을 쌓은 인형 디자이너이자 연출가 줄리 테이머(65)의 작품. 가면은 얼굴에 쓰는 것이라는 상식이 무너진다. 아빠 사자 무파사, 악당 사자 스카 등 사자의 얼굴은 배우 머리 위에 얹혀 있다 움직임을 따라 내려오고, 코미디 콤비인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 악역인 하이에나들의 얼굴은 아예 가슴에 매달려 있다. 테이머는 이런 형태를 인간인 동시에 동물이라는 뜻으로 '휴매니멀(Humanimal)'이라 불렀다. 동물 가면과 배우가 연기로 하나가 되면 겉모습 뒤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테이머는 이 뮤지컬로 여성 최초 토니상 연출상을 받았다.

초원의 왕 무파사.
초원의 왕 무파사. 동물 가면과 배우의 움직임이 아름답게 어울렸다. /월트디즈니컴퍼니프로덕션
사실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자메이카 출신 현대무용가 가스 페이건(78)의 안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사바나 동물들의 군무와 하이에나들의 음침한 춤은 선명하게 대비된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첫손 꼽히는 암사자 춤 역시 풍요로운 초원에서 황금빛 망토를 입고 추는 1막과 음흉한 스카의 손아귀에 떨어진 황량한 초원에서 추는 2막에서 명징한 대조를 이룬다.

다른 무엇보다 이 뮤지컬의 힘은 이야기와 음악의 충실한 기본기에서 나온다. 제왕의 철없는 아들이 음모로 왕좌에서 멀어지고, 고난을 견딘 끝에 고통받는 백성들의 구원자로 부활하는 영웅담은 고대로부터 익숙한 이야기.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사자를 주인공 삼아 이 이야기에 감정과 디테일을 입히고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그 생명력이 무대 위에 고스란히 살아난다. 엘튼 존과 한스 짐머가 참여한 음악도 귀에 익숙하다.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하쿠나 마타타' 'The Lion Sleeps Tonight' 등 명곡을 전 세계에서 뽑힌 배우들의 목소리로 즐기는 것만으로도 이 뮤지컬은 볼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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