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의 정해구 위원장이 "청와대가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 매몰돼 있다. 지금까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성과가 없는 건 청와대의 실수"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자영업자 비중이 자연 소멸되기를 바라며 방치하다 결국 문제가 터졌다"고 말했다. 진보좌파 세력 내 입지가 큰 그는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의 첫 대선 도전 때부터 자문 교수단을 이끌어온 좌장 격이다. 지금은 장기 국정 과제를 발굴·검토해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정부의 핵심 정책과 국정운영 방식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내년 초가 문재인 정부에 고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올 연말까지 일자리나 서민경제 회복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못 낼 경우 내년부터는 문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그렇게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같은 날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자문위 김광두 부의장도 "(기업) 투자가 죽어가고 있다. 이는 경제 잠재력과 산업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며 포퓰리즘으로 망한 베네수엘라와 그리스 사례를 들었다. 그는 지난달 말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소득 주도 성장 논쟁에만 매몰되지 말자. (경제 운영의)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바로 옆에서 문제 의식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만큼 걱정이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 청와대에는 이런 걱정과 반성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하던 그대로 더 빨리, 더 강하게 하겠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일자리 증가 폭이 5000개에 그쳤다는 충격적인 실적이 발표된 후에도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경제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핵심 주변 그룹과도 멀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한편으로 현 정권 탄생에 일조하고 국정에도 깊이 개입한 사람들이 이제 와서 정책 실패를 마치 남 얘기하듯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해구 위원장은 국정원 적폐청산 TF팀장을 겸임하고 있는데 "사람을 처벌해선 안 된다. 미래를 향한 문화의 제도를 마련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수많은 사람은 누구 때문에 고초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건가. 정말 지금 국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면 언론이 아니라 대통령 앞에서 직을 걸고 직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