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 들이닥친 ‘복면강도’가 3시간 30분 만에 붙잡혔다. 그는 최근 불황으로 형편이 어려워진 고깃집 여주인이었다.
10일 충남 당진경찰서에 따르면 ‘고깃집 여주인’ 박모(52)씨는 이날 오전 9시 2분쯤 송악읍 복운리 한 농협지점에 침입, 현금 2754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그는 그물망 모자·복면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차림이었다.
타정기(공사용 전동 못총)로 무장(武裝)하기도 했는데, 박씨는 이것을 농협 고객의 몸에 갖다 대면서 위협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제 벽 쪽으로 6발의 못을 발사하기도 했다. 박씨는 도주용 차량의 번호판을 진흙으로 가리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CCTV 분석으로 도주 차량의 동선을 쫓은 끝에 송악읍 야산으로 은신장소를 특정했다. 이와 동시에 박씨 휴대폰으로 전화하면서 자수하도록 설득했다. 결국 복면강도 박씨는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자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수할 당시 박씨는 만취한 상태였다"며 "훔친 현금 2754만원 가운데 2250만원을 회수하고 긴급 체포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충남 당진시에서 조그만 삼겹살 집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최근 경기불황으로 식당 운영이 어려워졌다"면서 "9억원 빚이 있어서, 대출금을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맥주 두 병을 마셨는데 빚 생각이 나서 홧김에 돈을 훔쳤다"며 "범행에 사용한 타정기는 평소 집에서 갖고 있던 것"이라 덧붙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박씨가 자수한 야산에서 회수하지 못한 나머지 돈 500여만원을 찾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야산으로 가다가 풀밭에 돈을 담은 검은 쇼핑백을 버렸다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박씨가 돈을 쓸만한 시간은 안 됐을 것 같고, 야산을 중심으로 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