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 아닙니다, '차이니즈 다이닝 바'입니다

입력 2018.09.10 10:00 | 수정 2018.09.11 04:25

"연태고량주에 제비꽃향… 한국화된 중식 아닌 본토 중국 요리 즐긴다"
‘빼갈’ 대신 ‘바이주 칵테일’에 프랑스 요리사가 만든 중식 안주 곁들여
"중국술 칵테일 세계적 트렌드… 중식, 세계 모든 술과 두루 어울려"

글래드 라이브 강남 호텔에 최근 들어선 차이니즈 다이닝 바 ‘리마장’.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중식과 중국술로 만든 칵테일, 싱글몰트 위스키 등 다양한 술을 즐길 수 있다. /글래드 라이브 강남
중식당을 기대하고 ‘리마장(李馬張)’에 갔다간 당황한다. 서울 논현동 글래드라이브강남 호텔에 최근 문을 연 리마장은 겉모습만 봐서는 중식과 상관 없어 보였다. 매장은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 군데군데 파란색 조명으로 액센트를 줬다. 중국 전통 등(燈) 모양 조명이 기둥에 달려있지만 이마저도 중국하면 떠올리는 붉은색이 아닌 푸른빛이다. 스피커에서는 1980년대 뉴에이지·시티팝과 1990년대 힙합 음악이 흘러나온다..

‘중식당이 아니라 칵테일 바인가’하고 메뉴를 펼치니 과연 칵테일이 여럿 있었다. 시그니처 칵테일이라는 ‘노라조’를 주문했다. 칵테일을 들어 입에 가져가자 중국 술 특유의 향이 은근하게 올라온다. 리마장 김범준 대표는 "공부가주에 파인애플 주스, 샤트뤼즈(프랑스 리큐르) 등을 섞어 만드는 칵테일"이라며 "리마장은 ‘차이니즈 다이닝 바(Chinese dining bar)’"라고 했다.


‘리마장’에서 대표로 내세우는 칵테일 ‘노라조’. 중국술 공부가주를 기본으로 만들었다. /글래드 라이브 강남
‘차이니즈 다이닝 바’가 유행이다. 서울 성수동 오래된 이발관을 개조한 ‘명성관’, 프랑스 요리기법으로 재해석한 쓰촨(사천)요리를 내는 한남동 ‘레드문’, 1930년대 상하이를 모티브로 꾸민 서초동 ‘모던눌랑’, 값비싼 중국 명주(名酒)를 잔술로 맛볼 수 있는 서교동 ‘진진야연’, 홍콩식 중국음식을 한국인 입에 맞게 재해석한 ‘란콰이진’ 등 서울의 ‘핫’ 하다는 동네마다 차이니즈 다이닝 바가 생겨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야심차게 준비한 첫 부티크호텔 ‘레스케이프’ 내 중식당 ‘팔레드 신’은 레스토랑과 별도로 각종 술과 중국식 안주를 즐길 수 있는 바 라운지(bar lounge)가 딸려 있다.


부티크호텔 레스케이프 중식당 ‘팔레드 신’에는 레스토랑에 바 라운지가 딸려 있다. /신세계조선호텔
차이니즈 다이닝 바는 쉽게 말해서 중국음식과 함께 술을 먹고 마실 수 있는 외식업장이다. 중식과 술은 기존 중국음식점에서도 팔았고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문을 여는 업장들이 굳이 발음하기도 어려운 ‘차이니즈 바’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이유는, 기본 중식당과는 인테리어나 분위기뿐 아니라 내는 음식이나 술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중식당은 한국화된 중식을 팔았다. 한국에서 먹는 중식은 중국과는 다르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되거나 새롭게 개발됐다. 짜장면과 짬뽕이 대표적이다. 분명 중국음식이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중식을 ‘홍보각’ 여경래 대표는 "한국의 중식은 쓰촨요리, 광둥요리처럼 하나의 독립된 중식의 갈래로 봐야 한다"며 "한차이(韓菜)라고 부르자"고 주장한다.


1930년대 상하이를 모티브로 만든 ‘모던눌랑’의 인기 메뉴 ‘모던눌랑 케이지’. /조선일보 DB
리마장 ‘칠리 크랩 & 스팀 번즈’. 싱가포르 칠리 크랩을 재해석했다. 매콤한 칠리 크랩 소스에 코코넛 거품을 올리고, 바삭하게 튀긴 소프트쉘 크랩과 꽃빵을 찍어 먹는 요리다.
차이니즈 다이닝 바에서 파는 중식은 한차이가 드물다. 중국 본토 맛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아예 서양식 혹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낸다. 명성관은 마라상궈, 유린기 등 중국 본토 중식을 낸다. 레드문은 프랑스요리를 해온 김우택 셰프가 프랑스식으로 재해석한 쓰촨요리다. 란콰이진 맹진택 요리사는 한국화된 중식을 벗어나고 싶어 ‘홍콩 바지락 볶음’ ‘란콰이 등갈비 튀김’ 등 홍콩 란콰이퐁에서 먹은 음식을 재조합했다. 모던눌랑은 나무로 된 예쁜 새장에 전복조림, 닭다릿살구이, 새우춘권, 게살냉채 등 안주 하기 좋은 요리들을 조금씩 골고루 담아 내는 ‘모던눌랑 케이지(새장)’가 입소문난 메뉴다.

‘빼갈’이라고 흔히 부르는 저렴한 중국 바이주(白酒)나 한국 소주를 팔던 기존 중식당과 달리, 차이니즈 다이닝 바에서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주류를 중식에 곁들여 마실 수 있다. 리마장에서는 고급 바이주 5종뿐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생산된 위스키 30종,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된 싱글몰트 위스키 30종, 레드와인 10종, 화이트와인 10종, 샴페인 18종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달달한 아시아 위스키가 중식과 전반적으로 잘 맞는다"고 했다.

일반 칵테일바와 차이니즈 다이닝 바가 다른 점은 중국 술을 활용한 칵테일이다. 2016년 오픈하면서 차이니즈 다이닝 바 붐을 일으켰다고 평가받는 명성관은 중국을 대표하는 황주(黃酒) 중 하나인 소흥주(紹興酒)를 기본으로 한 ‘차이니즈 하이볼’이 인기다. 바텐더가 손님 테이블로 찾아와 만들어주는 모던눌랑의 시그니처 칵테일 ‘상하이 핑크’는 연태고량주에 제비꽃향 시럽을 더해 바이주가 품고있는 향 중 하나인 꽃냄새를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식문화콘텐츠기업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는 지난 4월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 2018’을 발간하며 차이니즈 다이닝 바를 주목했다. 이 대표는 "중식은 한국인이 가장 친근하고 좋아하는 외국음식"이라며 "뻔하고 진부했던 기존 중식을 요즘 입맛에 맞게 업데이트하고 다양한 술을 곁들인 차이니즈 다이닝 바가 잘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음식평론가 강지영씨는 "바이주 칵테일 등 중국술로 만드는 칵테일은 세계적인 트렌드"라면서 "중국이 발전하면서 국력이 커지는 것과 함께 중식도 그동안의 싸구려 이미지를 벗고 세련돼지고 있다"고 했다. 리마장 김범준 대표는 "중화요리는 술과 먹기 가장 좋은 음식이자, 어떤 술과도 어울리는 음식이기 때문에 차이니즈 다이닝 바의 인기는 계속되리라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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