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매일 10통씩 편지 읽는 대통령

입력 2018.09.10 03:14

오윤희 뉴욕 특파원
오윤희 뉴욕 특파원

대학을 갓 졸업한 콜비 블룸은 2014년부터 2년여간 오바마 전 대통령을 대신해 국민에게 보내는 답장을 썼다. 이달 출간 예정인 '오바마에게(To Obama)'에 따르면 오바마는 편지를 매일 1만여통 받았다. 백악관 직원들과 인턴이 날마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편지를 분류해서 꼭 답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가려냈고, 오바마는 매일 저녁 회의를 마친 뒤 서재에서 조용히 10통씩 정독했다. 하루 10통씩 편지를 읽는 '10LADs(Letters a Day) 프로젝트'는 오바마 임기 8년간 꾸준히 지속됐다.

대통령이 그 많은 편지에 일일이 답장할 수 없었기에 블룸을 비롯한 '대통령 답장 부대' 대원 9명은 '대통령이라면 이 편지에 어떻게 답장했을까' 상상하며 답장을 써 내려갔다. 대통령이 편지에 적어 놓은 메모와 강조하느라 표시해 놓은 밑줄, 방점을 참고해서 그의 심중을 헤아렸고, 말투와 어휘를 연구해서 오바마의 스타일도 최대한 편지에 반영했다.

날마다 그렇게 대통령을 위해 편지를 썼던 블룸은 오바마 임기 말 무렵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나에게 다가온 사람들에게 (나를 대신해) 다가가 줘서 고맙다. 평범한 미국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가 가진 힘을 믿어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오바마가 '소통'을 위해 기울인 노력, 직원들을 향한 존중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바마에게'를 소개한 기사를 읽은 지 며칠 뒤 이와 사뭇 다른 책 한 권이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었다.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트럼프 정권 핵심 인사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 '공포(Fear)'였다.

11일 출간을 앞두고 일부 공개된 내용을 보면 트럼프는 보좌진에 수시로 원색적 막말을 퍼부었고, 남들이 보는 앞에서 이들을 모욕했다. 부하 직원들 의견을 묻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막무가내 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트럼프의 보좌진은 대통령의 행동에 제동을 걸기 위해 책상 서랍에서 몰래 기밀 서류를 훔치기까지 했다.

책 내용이 공개된 직후 마치 사실을 검증해 주기라도 하듯 현 정권 고위 인사가 익명으로 '트럼프 정부 관료들은 대통령이 최악의 결정을 내리는 걸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게재해 논란을 더 확산시켰다.

요즘 미국 서점을 가보면 '오바마 추억 팔기'가 한창이다. 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를 대중이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리더의 역할이 사람을 경영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트럼프는 아마도 실패한 경영자로 기록될 것 같다. 이것이 오바마와 트럼프의 가장 큰 차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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