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전 4층 건물 무너졌던 용산… '안전의식'은 아직도 복구가 안됐다

입력 2018.09.08 03:00

[유치원 붕괴 사고]
天運으로 버티는 안전

올 들어 서울에서는 큰 인명 피해를 낼 뻔한 건물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6월 3일 용산구 한강로2가의 4층 상가 건물이 폭삭 내려앉았다. 같은 달 24일 종로구 서린동 4층 건물에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인도를 덮쳤다. 두 사고는 다행히 일요일에 발생해 피해가 경상 1명에 그쳤다. 용산구 건물의 칼국수 식당과 백반집은 평일 200명 가까이 찾던 곳이다. 사고가 평일에 났더라면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

사고 발생 후 석 달이 지난 7일 두 곳을 가보니 사고 전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날 찾아간 용산구 붕괴 현장 주변의 3층짜리 식당은 여전히 손님을 받고 있었다. 사고 후 점검 결과 '불량' 판정을 받아 건물 지하에 임시 보강 구조물을 설치한 곳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내년 말 해당 용지 내 건물을 철거하고 주상 복합이 들어설 예정이라 나가지 않고버티고 있다"며 "추가 보수·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붕괴 현장 옆 건물의 노래방 사장은 "보수·보강 조치는 따로 하지 않았다"며 "우리 건물은 지하부터 튼튼하게 파고들어가서 괜찮다"고 말했다.

7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 식당 건물 뒤쪽 곳곳이 갈라지고 깨져 있다.
7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 식당 건물 뒤쪽 곳곳이 갈라지고 깨져 있다. 지난 6월 붕괴 사고가 발생한 용산구 한강로2가 현장 인근에 있는 건물이다. 사고 이후 구청 안전 진단에서‘불량’판정을 받았지만 식당은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지호 기자
그러나 본지가 확인한 결과 해당 노래방이 입주한 건물의 안쪽 벽은 군데군데 갈라져 있었다. 일부 벽은 시멘트가 뜯겨 나가 손만 대도 파편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다른 건물에 자리 잡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던 한 남성은 "상도유치원 붕괴사고 때문에 더 불안하지만 회사 근처에서 밥을 빨리 먹으려고 어쩔 수 없이 왔다"고 했다.

용산구청이 건물 붕괴 사고 이후 재건축·재개발 미착공 정비 구역 내 노후·위험 건축물 101곳을 점검한 결과 미흡과 불량이 각각 25곳, 29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이 세입자에게 수리 등을 권고했지만 일부 건물주와 세입자는 '건물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버티기 영업을 하고 있다.

서린동 건물은 사고 당시 콘크리트가 떨어져 내리면서 입주한 카페의 철간판을 덮쳐 크게 휘어졌다. 해당 카페는 사고 발생 일주일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건물에 입주한 식당과 수퍼마켓도 모두 영업 중이다. 이 건물은 본지 보도 〈6월 26일 자 A13면〉가 나간 직후 7월 실시된 구청 안전 조사에서 (A~E 등급 중) C등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 관계자는 "C 등급 이상을 받으면 안전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찾아간 건물은 육안으로도 외벽 곳곳에서 균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노후화가 심했다. 유일한 안전장치는 구청에서 사고 직후 설치한 철조 그물망뿐이다.

서린동 건물과 같은 소규모 건축물은 시나 구가 따로 안전 관리를 하지 않는다. 시나 구는 연면적 3000㎡ 이상인 상가나 숙박업소, 연면적 2000㎡ 이상인 주점·식당 등을 관리한다. 종로구 관계자는 "건축법상 소규모 건축물 관리 책임은 소유주에게 있다"며 "조합과 건물주가 안전 점검을 하도록 공문을 보내는 게 구청이 할 수 있는 전부"라고 말했다.

사용 승인 후 20년 이상이 지난 소규모 건축물은 소유자가 안전 점검을 하고 20일 이내에 허가권자에게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강제성이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관리 처분 인가 이전에도 붕괴 위험이 있다면 철거를 가능하게 하는 법 개정안을 지난 7월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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