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남은건 집 한채… 다스 주식 한 株도 가진 적 없어"

조선일보
입력 2018.09.07 03:00

이명박 15분간 최후 진술 "정경유착·부정부패 가장 싫어해…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
검찰 "권력 사유화하고, 진실 숨기고, 책임 떠넘겼다" … 내달 5일 1심 선고

"전임 대통령으로서 참 이 자리에 서서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6일 오후 3시 35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결심(結審)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이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산 360원짜리 초록색 공책에 자필로 적어온 최후 진술을 쉰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방청석을 가득 채운 가족과 지지자들은 하나둘 고개를 떨구고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 이 전 대통령은 15분간 111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와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 자금 349억원 횡령 혐의 등 검찰이 기소한 16가지 혐의에 대해 결백을 주장했다.
6일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結審)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손으로 벽을 짚으며 이동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 및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원을 구형했다.
6일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結審)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손으로 벽을 짚으며 이동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 및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원을 구형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기소 내용은 대부분 돈과 결부돼 있다"며 "어린 시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혹독한 가난 속에서도 행상을 하며 야간학교를 다녔고 청소부로 일하며 대학을 다녔지만, 비굴하게 남에게 구걸하거나 남의 것을 탐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 제 재산은 현재 사는 집 한 채뿐이다. 검찰에서 혐의를 두고 있는 그런 돈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경계하면서 살아온 제게 너무나 치욕적"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소유했다는 전제 아래 다스의 비자금 조성, 삼성의 다스 소송비 67억원 대납 혐의(뇌물) 등을 이 전 대통령 책임으로 인정했다. 다스 소유주가 누구냐가 중요한 쟁점인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소유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형님(이상은 회장)과 처남(고 김재정씨)이 33년 전에 설립해 그동안 아무 탈 없이 경영한 회사를 검찰이 나서서 내 소유라고 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형님이 자기 회사라고 하고 있지 않느냐"며 "저는 다스 주식을 한 주도 가져본 적이 없고 배당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비교표
검찰은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의 진술을 근거로 다스 실소유자를 이 전 대통령으로 특정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한두 사람의 책임 없는 진술이 있다고 소유권이 바뀔 수 없다"며 "천만다행으로 (변호인단이) 금융 자료를 확보해 진술이 사실이 아닌 점을 밝혀냈다"고 했다. 변호인들이 다스 설립 자본금의 금융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 전 대통령 돈이 입금됐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삼성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비 67억여 원을 대납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터무니없는 의혹으로 저를 기소한 것에 분노를 넘어서 비애를 느낀다"며 "단언컨대 저는 재임 중 이건희 회장을 포함해 재벌 총수를 단 한 사람도 독대하거나 금품을 거래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재판을 거부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재판에 성실히 참여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 '정치 재판'이라는 논란에도 그렇게 한 것은 국민으로서 국법(國法)을 지키고 전임 대통령으로서 사법부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서였다"고 했다. 최후 진술이 끝나자 방청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여원의 중형(重刑)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다스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이 전 대통령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수사기관과 국민에게 이를 철저히 은폐하며 기만했다"고 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넘어 사유화하고도 진실을 은폐하고, 지시를 따랐던 측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처럼 여러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경우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범죄의 1.5배까지 가중할 수 있는데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뇌물수수죄가 가장 무겁다.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다. 여기서 유기징역을 선택할 경우 최고형인 30년을 가중해 최대 45년까지 구형할 수 있는데 검찰은 20년을 택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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