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바닷가에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국제공항 활주로가 바닷물 범람으로 침수될 수 있을까. 그것도 재해 방지에 철저하다는 일본에서 말이다. 많은 사람이 일본 간사이공항 침수에 의문을 품는 부분이다.

NHK 보도에 따르면 그 원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강력한 바람이었다. 4일 오전 일본 열도에 상륙한 태풍 '제비'로 오사카 일대에는 자동차를 날려 버릴 정도의 최대 순간 풍속 58.1m의 초강풍이 불었다. 공항을 연결하는 다리에 2000t 규모 유조선이 충돌한 것도 강풍 때문이었다.

태풍 제비가 몰고 강풍의 힘으로 만조(滿潮)였던 해수면이 높아지더니 바닷물이 공항 제방을 넘기 시작했다. 바닷물은 순식간에 제방을 넘어 1994년 건설된 A활주로로 밀려 들어왔다. 간사이공항은 2004년에도 태풍으로 활주로 일부가 침수된 적이 있다. 그래서 2005년에는 '50년 만에 한 번 오는 강한 태풍'에 대비하는 기준으로 기존의 제방을 2.2m 더 높였다. 이번엔 그것도 무용지물이었다. 활주로엔 순식간에 50㎝ 이상 물이 차올랐다.

간사이공항 직원 다카니시 겐지는 "마치 홍수가 난 강(江) 같았다"고 했다. 간사이공항은 비가 오면 지하로 연결된 배수 파이프를 통해서 바다로 내보내는 시스템이 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닛케이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간사이공항 섬 자체가 침하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간사이공항은 1994년 개항 이후 통산 3.4 m가 가라앉았다. 올해도 A 활주로는 연간 약 6㎝의 속도로 침하 중이다. 2007년 완성된 B활주로는 1기 활주로에 비해 피해가 없었지만, 연간 약 30㎝씩 내려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