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눈물 흘린 '무릎 호소' 부모들

입력 2018.09.06 03:01

양지호 사회정책부 기자
양지호 사회정책부 기자

"우리 땅에 우리 집을 짓고 있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 가라고 행패를 부리면 다른 땅 줄 테니 눈 감아 달라고 해야 하나."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로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한 지 딱 1년째 되는 날 다시 교육청 앞에서 울분을 터트렸다. 5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 장애인 학부모, 장애학생 50여 명이 모여 전날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발표한 '강서 특수학교(서진학교) 합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조 교육감과 강서을이 지역구인 김성태 국회의원, '강서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진학교 설립에 협조하는 대신 교육청은 지역 숙원사업인 한방병원 설립에 협조한다는 내용의 3자 합의문을 발표했다.

1년 전 비대위는 학교 부지에 국립한방병원을 건립해야 한다며 반발했고, 장애인 학부모들은 이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특수학교를 설립해달라"고 호소해 여론을 바꿨다. 결국 서진학교는 내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지난달 이미 공사를 시작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은 "의무교육기관인 특수학교는 결코 기피시설이 아닌데도 교육청이 '대가성 합의'를 맺어 기피시설처럼 인식되게 했다"면서 "어리석은 거래로 장애가족 자존심이 무참히 짓밟혔다"고 말했다. 몇몇은 눈물을 흘렸다. 학부모들은 교육청 합의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 시내에만 서초구 나래학교, 중랑구 동진학교 등 특수학교 설립이 계획돼 있다. 서진학교 사례처럼, 특수학교를 지을 때마다 한방병원 같은 대가를 줘야 한다면 특수학교가 기피시설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이날 장애학생 학부모들과 면담에서 합의문에 대해 상의하지 않은 것을 사과하면서 "장애 학생 부모도 합의를 환영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진학교는 서울에 17년 만에 새로 들어서는 특수학교다. 앞으로 특수학교가 기피 시설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더 많은 특수학교가 설립되려면 '합의문' 사태 같은 일이 재발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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